“어? 이상하네. 섬이 없어요. 지도에 있어야할 섬이. 허리케인에 쓸려 나간 모양입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 조타석에 앉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모니터를 보며 방향타를 잡고 있던 권영인 박사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권 박사의 옆에서 수심을 확인하는 송동윤 씨도 어리둥절한 표정이긴 마찬가지.
권 박사는 “최근 이 지역 섬의 지형이 크게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장보고호의 GPS에 넣은 지도 메모리는 10년 전 제작된 것이었다. 10년 사이에 뭔가 큰일이 일어난 셈이다.
망원경 너머로 멀리 야자수 두 그루와 작은 맹그로브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도에 나타난 섬 크기는 지금보다 5배가 훨씬 넘는 듯 했다. 투명한 코발트색 바다 위로 하얀 햇살이 쏟아지며 바닥의 해초와 산호가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어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