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最古)의 정육면체 주사위(사진)가 발견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1일 “통일신라시대의 별궁인 경북 경주시 사적 제18호 임해전지(안압지·7세기) 북쪽에서 각 면에 1에서 6까지 숫자를 나타내는 원형의 점을 새긴 상아 재질의 정육면체 주사위(너비 0.7cm)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과 똑같은 형태의 주사위를 1400년 전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정육면체 주사위는 대부분 조선시대 것이었다. 1982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14세기 중국 무역선에서 정육면체 주사위가 나왔으나 이는 중국이나 일본 것으로 추정된다. 안압지에서는 1975년 각 면에 ‘술 석 잔을 한번에 마시기’ 등 벌칙으로 추정되는 글귀를 새겨 넣은 14면체 주사위(주령구·酒令具)가 발견된 바 있다.
주사위를 이용한 옛 놀이는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쌍륙(雙六), 승경도(升卿圖) 놀이 등이 있다. 쌍륙은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라 판 위의 말을 움직여 먼저 나가면 이기는 놀이로 백제 때 중국에서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으나 주사위가 발견된 적은 없다.
정종수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이번 발굴로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이미 쌍륙같이 숫자 주사위를 이용한 놀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당대의 놀이 문화를 추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 조사 결과 임해전지에서는 길이 30m의 대형 건물 터 등 건물 터 8곳과 깊이 7.3m의 우물, 대형 담장 터, 글이 새겨진 기와, 각종 토기, 말 돼지의 동물 뼈 등도 발견됐다. 대형 건물은 기둥을 받쳤던 초석의 지름이 2m가 넘었다. 이에 따라 이곳에 신라의 왕궁이나 주요 관청과 관련된 건물이 여러 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