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도처에 널려 있다.
외출하면서 욕조 수도꼭지를 잠그고 나왔는지 아닌지부터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할까봐 머리를 싸매는 것까지 다양한 불안이 우리 곁에 상존한다.
독일 괴팅겐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불안 클리닉’을
운영해 온 저자는 그동안의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불안의 성격과 원인, 극복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세상에 두 가지 종류의 불안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이다. 이런 불안은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생존을 돕는다.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이 안전운전을 하게 만들고 도둑 걱정이 문을 잘 잠그도록 하며 낙제에 대한 불안이 시험 준비에 철저하도록 만든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병적인 불안이다. 외계인이 머릿속을 투시해 자신의 생각을 인터넷에 퍼뜨릴까 봐 두려워하는 남성, 말벌에게 입 안을 쏘여 질식사할까봐 겁나서 여름휴가 내내 집 안에 처박혀 있는 여성, 치과의사가 무서워 이를 모두 뽑아버린 남성, 이들은 병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저자는 병적인 불안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과 심리적 외상을 꼽는다. 우선 살아온 환경이 비슷한데도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은 선천적 요인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이런 유전적 요인이 성적 학대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족의 죽음 등 심리적 외상과 결합해 다양한 유형의 병적인 불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치료 방법으로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동요법은 광장공포증 환자로 하여금 만원 지하철을 타도록 하고 고소공포증 환자를 고층빌딩 옥상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것이다. 환자가 극도의 불안과 마주하게 하는 방식이다. 약물요법은 그 자체적인 치료효과와 아울러 행동요법을 보조하는 역할도 한다.
불안의 원인을 다룬 선구적인 저작으로는 ‘북구의 소크라테스’로 불리는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한길사)이 있다. 저자는 꿈을 꾸는, 상상하는 힘이 불안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욕정을 뜻하는 금단의 열매를 따면서 죄를 짓고 불안에 빠지게 된 것은 상상하는 힘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불안의 심리’(문예출판사)는 불안 연구와 관련해 학계 주류를 이뤄 온 정신분석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 프리츠 리만의 저작이다.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우울한 인성 △정신분열적 인성 △강박적 인성 △히스테리적 인성 등 4가지 인성 중 하나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불안’(이레)은 스위스 태생의 영국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사회적 지위를 둘러싼 인간의 불안을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삶에서 철학과 예술, 정치, 종교 등의 존재 의미를 이해하고 그 미덕을 향유할 것을 제시한다. ‘불안의 심리학’(궁리)은 뇌생물학적으로 불안을 분석한 책이다. 독일 의학자이자 대학에서 신경생물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스트레스 반응이 인간의 뇌 속에서 일으키는 생물학적 변화를 불안으로 규정한다. 그는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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