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7세 두다멜의 폭발력’… 희망과 파격의 무대

  • 입력 2008년 12월 15일 03시 01분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의 샛별 구스타보 두다멜(27·사진) 씨가 이끄는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은 클래식 음악이 젊음의 축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연이 시작되자 단원 170여 명이 콘서트홀 무대를 꽉 채웠다.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의 2배 가까운 편성이다.

이들은 26세 미만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앙상블을 자랑했다. 어릴 적부터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제도인 ‘엘 시스테마’를 통해 함께 성숙해 온 만큼 놀랄 만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발휘했다.

첫날 공연의 레퍼토리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와 말러 교향곡 1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미국 뉴욕 청소년 갱단의 세력다툼을 줄거리 삼아 각색한 작품으로 비극적 사랑을 묘사했고, 말러가 24세에 작곡하기 시작한 교향곡 1번은 젊은이가 거친 세상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두 곡 모두 베네수엘라의 범죄와 마약에 찌든 빈민가 청소년들로 출발한 이 오케스트라가 절망의 끝에서 음악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과 어울리는 곡이었다.

음악평론가 유정우 씨는 “마치 독일 일류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세련된 현악사운드가 인상적이었고 특히 제2바이올린, 비올라 파트의 중음역대 연주가 압권이었다”며 “라틴 특유의 황금빛 금관의 색채감과 리듬감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무대였다. 무대 위의 불이 꺼지자 어둠 속에서 단원들은 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단원들이 베네수엘라 국기처럼 빨강, 노랑, 파란색 바탕에 별들이 수놓인 잠바로 갈아입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단원들은 1부에 선보인 ‘심포닉 댄스’ 중 ‘맘보’를 다시 연주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연주자들은 파도타기를 하듯 일어섰다 앉았다 하며 “맘보”를 외쳐댔고, 의자 위에 올라가 춤을 추며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단원들은 마치 야구장에서처럼 자신들의 유니폼을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지휘자 두다멜 씨도 객석까지 뛰어내려와 ‘엘 시스테마’의 한국인 스승인 지휘자 곽승(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 감독) 씨에게 잠바를 선물했다. 이들의 폭발적 에너지와 예술적 상상력은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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