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 ‘참을 인(忍)’자를 새기며 ‘진상’의 꼴불견을 받아주고, 1mm의 오차도 없이 하사 받은 폭탄주로 연신 ‘위하여’를 외치며, 노래 한 자락에 ‘탬버린 친구’가 되고, ‘진상’ 퇴출 후 포장마차 ‘딱 한잔’을 고집하는 한국인들. 우리는 왜 연말연시만 되면 함께 모여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걸까. 15일 발매된 ‘주간동아’ 666호는 서울 종로, 여의도, 강남 등에서 열린 12곳의 송년회를 ‘랜덤’ 방식으로 따라붙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적 송년회 문화는 일종의 집단의식으로 분석한다. 혼자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인하면서 정신적 위안을 받는 다는 것.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흩어졌던 각각의 하늘(天)이 원래대로 모인다는 분석.
이 맘때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도 아닌데 죽지도 않고 재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름하여 송년회 ‘진상들’. 최첨단 기관총 발사속도보다 빠른 혀를 자랑하며 ‘자뻑’하는 상사, 마이크만 잡으면 10곡은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선배, 한 명이라도 불참하면 뒷골이 ‘땡기는’ 사람이라면 송년회보다는 병원을 찾는 게 낫다. 이들은 평소에 불안감과 열등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병을 키울 수 있다.
‘진상 퇴치사’들의 한방에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섣부르게 얘기했다가는 내성만 키운다는 얘기다. ‘자랑쟁이’가 참석한다면 난형난제(難兄難弟)급 ‘자랑쟁이’와 함께 테이블 끝에 앉혀라. 반응이 없는 상대를 보면 흥이 떨어지고 빨리 지친다. 술만 들어가면 ‘헐크’가 되는 선배가 있다면 제대로 ‘받아라’. 대부분 조용해진다. 물론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최신 유머와 ‘깜찍’ 폭탄사(辭)는 당신을 감동 송년회 주인공으로 만든다.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나 ‘모두 다 잘 될거야’라는 뜻의 스와힐리어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정도는 익혀두자.
송년회 필수 코스 노래방에서 ‘만점 카수’가 되고 싶다면 ‘까불지’ 마라. 엇박자와 바이브레이션 같은 기교는 ‘노래방 기기 채점단’의 분노를 산다. 기기는 목소리가 박자를 얼마나 잘 맞추는지의 비율로 점수를 매긴다. 박자와 음정만 따라가라. 목소리가 작으면 기기는 가사를 놓쳤다고 본다.
※ 주간동아 666호에는 ▲송년회에 비친 자화상…우리는 왜 새벽까지 절규하는가 ▲송년회 ‘must-visit spot' 노래방 A to Z ▲도처에 발호하는 ‘송년회 진상’ 제압법 ▲당신은 ‘감동 송년회’ 주인공 ▲연말 파티 분위기 띄우는 와인 ▲연말모임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품격 향수) 등 송년회에 관한 다양한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