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인성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조인성은 “새 옷이어서 좋기도 하지만 몸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기도” 한 설렘 속에 놓여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할 바, 모든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을 다 바쳤다”는 그의 말은 격렬한 연기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내 발전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겠지만 한글 자모를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했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쌍화점’(감독 유하, 제작 오퍼스픽쳐스)은 조인성이 보낸 20대의 마지막 작품. 내년 초 군 입대를 앞둔 조인성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훗날에 대한 불안감에도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조인성은 “다들 그렇게 해오지 않았느냐”며 군복무가 가져올 연기 활동의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게 뭐 있느냐는 표정을 짓는다.
- 그래도 2년 6개월이란, 짧은 시간은 아니다.
“10년 일한 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나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마음과 눈빛을 이미 느꼈다. 그 분들이 계신데, 두렵지 않다. 또 ‘독한 작품’을 끝냈는데 좀 쉬고 관객들도 날 좀 놔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웃음)
- 왜 공군인가.
“아버지가 공군 출신이어서 어릴 때부터 말씀을 많이 들었다. 꼭 공군으로 복무하고 싶었다. 다만 일과 관련해 아직 마무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합격자 입대 시기인 1월 중순보다 조금 더 연기가 가능한지 문의해볼 생각이다. 절대 오해마라. 기피가 아니다.”(웃음)
- 극중 주진모와 키스신을 찍었다. 송지효와도 진한 베드신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드신은 송지효 덕분에 좋은 모습으로 촬영했다. 서로 배려해주면서. 아무래도 여배우가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큰 도전이니 박수 좀 쳐줘라. 차라리 베드신은 편하게 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진모와 함께 한 키스신에선 상대가 여자라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그러니 편해지더라.”
- 그런 일부 장면으로도 ‘쌍화점’은 벌써 화제다. 선택한 이유는 뭔가.
“지금 해야 나중에 좀 더 편하게,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로 가는 자연스러운 길이다.”
- 스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
“배우로서 작품으로 사랑받는다면 스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스타성은 다른 것으로도 보여줄 여러 기회도 있다. 다만 배우를 지키려고 스타성을 버린다면 뭔가 맞지 않는다.”
- 스타의 사적인 부분에 대한 팬들의 호기심이 있다.
“스타로 누리는 인기의 핵심일 거다. 하지만 그건 배우의 모습이 더 눈에 띌 때 자연스레 없어질 것 같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써도 빗물은 튄다. 비가 싫으면 나오지 않아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연애가 궁금한가. 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난 우정으로 얘기하는데, 남녀 사이도 친구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안보이면 할 수 없다. 한데, 나도 배필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하다.”(웃음)
사람 좋아하는 조인성은 쉴 때면 “베이스캠프로 돌아간다. 친구들이다”고 했다. 10년지기 친구만 모여도 20여명. 군에 입대할 때 여자 후배들까지 환송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차차차’라고 아나? 하루 세 번 똑같은 친구들과 차를 마신다. 이제 술이 아닌 다를 걸 찾다보니 그리 됐다”고 말하는 조인성은 요즘 “인간에 대한 탐구”에 빠져 있다. “활자에 익숙해지려 한다”며 오에 겐자부로와 시인 이성복을 읽고 있다.
“책은 구름같이 많은 생각을 정리해주는 쾌감을 준다”면서 “문득 생각나는 걸 메모로써 정리한다”고도 했다. “궁극적으로 가는 길이 정리되지 않을까” 해서다. 그 궁극의 것이란.
“멋지다는 것. 지적으로 명확하고 이해와 깨달음이 오면 멋지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렇게 해야 한 남자로서도, 대중에게도 매력적인 사람으로 남을 것 같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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