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퀴즈프로 2관왕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에 못 간 제가 퀴즈 프로그램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어요.”(박춘록)
평범한 고졸의 40대 주부가 TV 퀴즈프로그램 2관왕을 차지하며 ‘퀴즈 영웅’이 됐다. 주인공은 충북 청주에 사는 주부 박춘록(40) 씨. 박 씨는 지난해 1월 15일 KBS1 TV에서 방송된 ‘우리말 겨루기’에서 ‘우리말 달인’에 등극한 데 이어 최근 KBS1의 ‘퀴즈 대한민국’(21일 오전 10시 방송 예정)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4900만 원의 상금을 손에 쥐게 됐다. 박 씨는 올해 4번째 우승자.
충남 부여군 출신의 박 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한 방적회사가 운영하는 천안시의 산업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공장에서 3교대로 실을 뽑아내며 짬짬이 공부를 했던 박 씨는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졸업한 뒤에도 돈을 벌어야 했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통신대 법학과를 1년 다니다 그만뒀어요. 항상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풀리지 않더라고요.”
박 씨는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허니문 베이비’가 생기자 박 씨는 하던 일도 그만두었다.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난 큰 아들이 선천성 장 질환을 앓아 병원신세를 지면서 공부의 꿈은 더욱 멀어져갔다.
“대신 책을 많이 읽었어요. 신문, 소설, 잡지 등 글자가 쓰인 것이면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으니까요. ‘우리말 겨루기’에서 우승하고 나니까 남편이 뒤늦게 대학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 상금은 결국 남편 사업자금에 보탰죠. 하하”
롤러 굴착기, 디자인패턴, 고압가스 관리 자격증 등을 갖고 있는 박 씨는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도전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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