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73>旣往不咎, 覆水難收.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旣(기)는 旣成(기성)이나 旣存(기존)처럼 동작이나 상황이 이미 일어났거나 존재함을 나타내며 ‘이미’에 해당한다. 旣立(기립)은 30세, 旣望(기망)은 보름이 지난 16일을 가리킨다. 往(왕)은 往來(왕래)처럼 가다의 뜻이다. 旣往(기왕)은 이미 지나간 것을 뜻한다.

咎(구)는 허물이나 잘못, 미워하다 또는 탓하거나 추궁하다의 뜻이 있다. 各(각)과 人(인)이 합해진 것으로, 마음이 안 맞아 각자로 나뉘어 초래되는 재난이 그 본뜻이라는 풀이가 있다. 旣往不咎(기왕불구)는 이미 지난 잘못은 새삼스레 추궁하지 않는다는 말로 ‘논어’에도 보인다.

覆(복)은 아래와 위에서 거듭 덮어 싼 것을 나타낸 아(아)가 의미요소이다. 본뜻인 덮거나 가리다의 뜻이면 ‘부’로 읽어야 하나 예외도 많다. 顚覆(전복)처럼 뒤집히거나 뒤집다의 뜻도 있다. 覆巢破卵(복소파란)은 둥지가 뒤집혀 알이 깨지듯 전체가 망함을 뜻한다. 收(수)는 秋收(추수)처럼 수확하다, 收買(수매)처럼 받거나 거두다, 收拾(수습)처럼 거두어 모으거나 정리하다의 뜻이 있다.

覆水難收(복수난수)는 지난 잘못이나 정해진 형세를 만회할 수 없음을 비유한다. ‘漢書(한서)’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젊은 朱買臣(주매신)은 공부에만 매달렸고 그 아내는 그런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후에 태수가 되어 행차하는 그에게 그녀는 재결합을 청원하였다. 그는 물을 엎질러 보이며 위의 말로 거절했고, 그녀는 목을 맸다.

지난 잘못을 기억하며 교훈으로 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거에 매달려 후회하거나 탓하는 것은 오히려 원기를 해치고 새 출발을 방해한다. 자신에게도 그렇고 남에게도 그렇다. 過去(과거)는 말 그대로 지나가게 놔두는 것도 필요한 지혜일 수 있다. ‘增廣賢文(증광현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