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경험 여성 캐스팅은 처음… “남자 관객들 많이 왔으면…”
“두렵긴 뭘, 우리 이야기 하는 건데…. 40대 여성들이 펼치는 ‘섹스 앤 더 시티’가 될걸. 깔깔깔.”
뮤지컬 ‘맘마미아’의 아줌마 트리오인 최정원(39) 전수경(42) 이경미(47) 씨가 2009년 1월 16일 공연되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한다. 이 작품은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2001년 국내 초연 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극작가 이브 엔슬러의 작품으로 미국에선 1996년 초연됐다. 세 배우는 한 무대에서 각각 서너개의 여성 배역을 맡아 자기 성기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16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긴장하기보다 함박웃음부터 터뜨렸다.
▽이경미=가을에 대구에서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지나 연출한테 전화가 왔어요. 출연하겠느냐고. 옆방에 있는 수경이랑 정원이를 소집해서 ‘할래?’ 그랬더니 둘 다 ‘하지, 뭐’ 그러더라고요.
▽최정원=언니가 부르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 말하는 거예요. ‘그 낱말(여성의 성기)을 150번쯤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알아? 대학로 소극장이라 객석 적은 거 알지? 연극이라 개런티 적은 거 알지?’ 그러더군요.
▽전수경=제안부터 캐스팅 확정까지 총 걸린 시간이 30분이야. 깔깔깔.
▽이=쟤(전수경)는 묻자마자 ‘이브 엔슬러(사회자 역) 아니면 안 해’라고 그러던데.
▽최=그런데 수경이랑 나랑 일주일 전에 대본을 받고 같이 읽으면서 둘이 ‘야, 우리 이거 왜 한다고 한 거냐?’ 하고 속삭였어요.
▽이=여배우라면 정말 걱정이 되죠. 저도 초연에 출연해 봤지만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최=제 첫 대사가 ‘저는 털이 너무 많아요’예요. 그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사실 저도 그런 고민 했거든요. ‘내가 털이 많나?’ ‘밀어볼까?’ 관객들에게 나의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거죠.
▽전=저는 첫경험 전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혹시 이 남자가 겨드랑이에 난 털을 싫어하면 어쩌지’ 하며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어요. ▽이=저는 지금 ‘싱글’이고, 딸은 스물일곱 살인데…. 저, 지금도 연애하거든요. 제 나이에 하는 연애나 섹스 문제에 대해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전=이 공연에 오르가슴을 70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할머니 사연이 나오는데 실제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 척하는 여자가 많거든요. 남성 비하가 아니라 이해해 달라는 취지니 많이 오셔서 봤으면 좋겠어요.
▽이=남자뿐 아니야. 내 대사 중에 ‘내 성기가 옷을 입는다면’이라는 것이 있어요. 나름대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최=저는 마지막 대사가 와 닿아요.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곳을 기억합니다.’ 그곳은 버자이너죠. 그곳은 사랑을 주고받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곳인데 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40, 50대 여성뿐 아니라 20, 30대 커플이 와서 봐도 좋은 공부가 될 거예요.
▽이=나는 남자 관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웃음)
서울 대학로 SM스타홀. 2월 28일까지. 3만 원, 4만 원. 02-2051-3307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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