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두렵긴 뭘 우리 얘기 하는 건데…” 뮤지컬 트리오, ‘性域’을 말하다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는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 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들은 “처음으로 출산 경험이 있는 배우들로 꾸려진 만큼 편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하는 전수경 최정원 이경미 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들은 “처음으로 출산 경험이 있는 배우들로 꾸려진 만큼 편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맘마미아’의 이경미-최정원-전수경 연극 ‘버자이너…’ 출연

출산경험 여성 캐스팅은 처음… “남자 관객들 많이 왔으면…”

“두렵긴 뭘, 우리 이야기 하는 건데…. 40대 여성들이 펼치는 ‘섹스 앤 더 시티’가 될걸. 깔깔깔.”

뮤지컬 ‘맘마미아’의 아줌마 트리오인 최정원(39) 전수경(42) 이경미(47) 씨가 2009년 1월 16일 공연되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한다. 이 작품은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2001년 국내 초연 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극작가 이브 엔슬러의 작품으로 미국에선 1996년 초연됐다. 세 배우는 한 무대에서 각각 서너개의 여성 배역을 맡아 자기 성기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16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긴장하기보다 함박웃음부터 터뜨렸다.

▽이경미=가을에 대구에서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지나 연출한테 전화가 왔어요. 출연하겠느냐고. 옆방에 있는 수경이랑 정원이를 소집해서 ‘할래?’ 그랬더니 둘 다 ‘하지, 뭐’ 그러더라고요.

▽최정원=언니가 부르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 말하는 거예요. ‘그 낱말(여성의 성기)을 150번쯤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알아? 대학로 소극장이라 객석 적은 거 알지? 연극이라 개런티 적은 거 알지?’ 그러더군요.

▽전수경=제안부터 캐스팅 확정까지 총 걸린 시간이 30분이야. 깔깔깔.

▽이=쟤(전수경)는 묻자마자 ‘이브 엔슬러(사회자 역) 아니면 안 해’라고 그러던데.

▽최=그런데 수경이랑 나랑 일주일 전에 대본을 받고 같이 읽으면서 둘이 ‘야, 우리 이거 왜 한다고 한 거냐?’ 하고 속삭였어요.

▽이=여배우라면 정말 걱정이 되죠. 저도 초연에 출연해 봤지만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전=그래도 이번에 기대되는 건 모두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는 거예요. 예전 공연이 무겁고 진지했다면 이번에는 유쾌하고 발랄한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최=제 첫 대사가 ‘저는 털이 너무 많아요’예요. 그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사실 저도 그런 고민 했거든요. ‘내가 털이 많나?’ ‘밀어볼까?’ 관객들에게 나의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거죠.

▽전=저는 첫경험 전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혹시 이 남자가 겨드랑이에 난 털을 싫어하면 어쩌지’ 하며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어요. ▽이=저는 지금 ‘싱글’이고, 딸은 스물일곱 살인데…. 저, 지금도 연애하거든요. 제 나이에 하는 연애나 섹스 문제에 대해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전=이 공연에 오르가슴을 70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할머니 사연이 나오는데 실제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 척하는 여자가 많거든요. 남성 비하가 아니라 이해해 달라는 취지니 많이 오셔서 봤으면 좋겠어요.

▽이=남자뿐 아니야. 내 대사 중에 ‘내 성기가 옷을 입는다면’이라는 것이 있어요. 나름대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최=저는 마지막 대사가 와 닿아요.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곳을 기억합니다.’ 그곳은 버자이너죠. 그곳은 사랑을 주고받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곳인데 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40, 50대 여성뿐 아니라 20, 30대 커플이 와서 봐도 좋은 공부가 될 거예요.

▽이=나는 남자 관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웃음)

서울 대학로 SM스타홀. 2월 28일까지. 3만 원, 4만 원. 02-2051-3307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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