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도 입소문 난 ‘작은 영화’ 돌풍
지난달 막을 올린 뮤지컬 ‘카페인’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다음 주부터 연말까지 매진 상태다. ‘카페인’은 200석 규모(서울 대학로 라이브극장)의 소극장 공연으로 제작비용은 6억 원. 제작사 트라이프로는 “불황 중에도 반응이 좋아 장기공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불황 넘는 소극장 뮤지컬
경기 불황의 시기에 ‘작은 것’이 오히려 강세다. 좌석 규모 200석 안팎의 소극장 뮤지컬은 12월 들어 객석 점유율이 10∼20% 늘었다. 주말이면 매진 행렬이다. 불황에는 문화비용부터 줄인다는 고정관념이 ‘작은 뮤지컬’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로 자유극장(271석)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는 객석 점유율이 85∼90%에 이른다. 크리스마스 공연 티켓은 매진돼 보조석 판매에 나섰다. 소극장 뮤지컬 ‘빨래’(대학로 알과핵소극장·165석)와 ‘김종욱 찾기’(대학로 예술마당 1관·200석)도 객석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데다 12월 주말에는 매진 사례다.
완성도가 높은 작은 뮤지컬은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 ‘경제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출연진이 30∼40명으로 출연료 압박이 작지 않은 데다 크고 화려한 무대가 필요해 제작비용이 수십억 원에 이른다. 입장권 가격도 10만 원을 훌쩍 넘어 관객에게는 부담스럽다.
이에 비해 소극장 뮤지컬은 출연하는 배우가 10명 이내로 적고, 티켓 가격도 3만∼5만 원 정도로 높지 않다. 소극장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대학로 예술마당 4관·190석)의 경우 출연 배우는 7명, ‘카페인’의 경우 출연진은 달랑 2명이다. 좌석 수가 적은 만큼 대관 비용도 월 3000만∼4000만 원 정도로 700석 규모 중극장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극장 뮤지컬은 대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밝고 코믹하게 보여주는 것에 맞춰져 있다. ‘뮤직 인 마이 하트’는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여성 작가가 꽃미남 연출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찾고자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의뢰한 여성이 그 회사 직원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빨래’의 연출가 추민주 씨는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다 보니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연을 찾게 되는 게 관객의 심리”라고 말했다.
○ 꼼꼼한 관객을 잡은 작은 영화들
비교적 적은 돈을 들인 작은 수작 영화들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스웨덴 공포영화 ‘렛 미 인’은 2주 만에 전국 관객 5만 명을 넘어섰다. 외톨이 소년과 이웃집 흡혈귀 소녀의 사랑을 담은 이 소품 영화의 수입가는 1000만 원. 손익분기점은 관객 1만 명이었다. 전국 13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평단과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상영 스크린 수를 33개로 늘렸다.
지난달 개봉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카페’는 2개관 상영만으로 82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은 8000명. 수입사 측은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늘자 연장 상영을 결정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때까지 계속 상영된다. 제작비 15억 원을 들여 만든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는 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이었던 70만 명의 2배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 때는 1만 원 미만의 영화 티켓 값이라도 투자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에 예민해진다”며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입소문 등 정보를 알차게 챙겨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살림이 어려울수록 꼼꼼하게 문화상품을 고르는 소비자의 태도가 작은 영화와 통했다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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