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리스본서 동양인 첫 ‘꿈의 역할’ 맡아
“악역에 끌립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37·사진) 씨가 국내 무대에 선다. 25∼30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공연 ‘휘가로의 결혼’에서 바람둥이 백작 ‘알마비바’ 역을 맡는다. 2005년 오페라 ‘라보엠’과 ‘파우스트’에 출연한 뒤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것은 3년 만이다.
16일 만난 윤 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12시간씩 연습 강행군”이라며 “고국 관객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휘가로의 결혼’은 시종 휘가로의 약혼녀 수잔을 유혹하는 알마비바 백작에 대해 휘가로가 기지를 발휘해 백작의 마음을 돌려놓는다는 줄거리다. “대학(서울대 성악과)을 마치고 1994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활동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휘가로’를 맡았어요. 유쾌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갈수록 알마비바 백작에게 끌리더군요. 백작이 보여주는 ‘결코 착하지 않은’ 모습, 악한 꾀를 쓰고 화내고 좌절하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스스로를 ‘성악가’가 아니라 ‘무대에서 노래하는 연기자’로 여긴다는 윤 씨는 “그래서 알마비바 백작은 내게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독일 쾰른의 오페라하우스 정단원인 윤 씨는 유럽 곳곳의 무대에서 초청받는 유명 인사다. 2013년까지 일정이 꽉 차 있을 정도. 10월 포르투갈 리스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바리톤의 ‘꿈의 역할’로 꼽히는 ‘보탄’ 역을 동양인 최초로 맡아 화제가 됐다. ‘보탄’은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3부 ‘지크프리트’에 나오는 ‘신들의 왕’이다. 음역이 넓은 데다 공연 시간이 5시간이나 돼 웬만한 성량과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 역을 잘 소화해낸 윤 씨는 공연 뒤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국내 공연은 ‘세계적인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참이다. 3만∼9만 원. 02-586-5282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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