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연극배우들에 따르면 무대에서 가장 어려운 동작 중 하나는 ‘손’이다.
얼마 전 막을 올린 연극 ‘클로져’에서 주인공 대현 역을 맡은 뮤지컬 스타 배우 고영빈(35) 씨는 “뮤지컬을 통해 어느 정도 연기를 다듬어 왔는데도 간혹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극 경험이 많은 중견 배우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자연스러운 손동작은 연기 관록이 배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TV 드라마로 인기를 쌓다가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한 한 중견 배우도 “TV 드라마만 하다가 연극을 하니 손 처리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어려울 때는 대화 장면. 연극 드라마를 비롯해 ‘친절한 금자씨’ 등 영화에도 출연했던 배우 고수희 씨는 “드라마는 대화 장면에서 상반신만 잡아주기 때문에 손이 부담스럽지 않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대화를 하며 차렷 자세를 해도 어색하고, 손을 현란하게 움직여도 어색하기 때문에 늘 고민”이라고 말했다.
배우 서현철 씨는 “손동작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와 서투른 배우를 구별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며 “서투른 배우일수록 손동작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거나 팔짱을 끼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건방지고 거만해 보이는 역이 연기하기 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 오달수 씨는 “손은 연극에서 하나의 기호 체계”라며 “연극 ‘햄릿’에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그냥 말하는 것보다 손을 가볍게 펴서 얼굴 가운데 댄 채 말하는 것이 훨씬 깊은 수준의 고민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 정동환 씨는 “신인 배우일수록 연기를 빨리 향상시키려는 욕심이 앞서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데,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울을 안 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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