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유명인들 “내가 몰래 산타 된다면… ”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0분


《시크릿 산타는 타고난 것일까? 대답은 노(No). 지금 이 시간에도 남몰래 친절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 ‘몰래 산타’들이 활동하고 있으니까. 유명인들도 마음만은 시크릿 산타 못지않다. 여기, 시크릿 산타가 되려 두 팔을 걷어붙인 유명인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누구의 머리맡에 어떤 선물을 놓아두려 할까?》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

“재성이 형에게 따뜻한 겨울을”

“시크릿 산타요? 저라면 재성이 형한테 선물을 줄래요.”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금메달 확정 후 카메라를 향해 날린 ‘살인 윙크’로 팬들을 사로잡은 그가 몰래 선물을 주고 싶은 대상은 같은 팀(삼성전기) 정재성 선수였다.

“재성이 형이랑 남자복식 경기에 나서서 1회전 탈락하고…. 저만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 미안했어요.”

이용대와 정재성은 이번 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초반 탈락이었지만 이들은 올림픽 이후 중국 오픈, 홍콩 오픈에 이어 최근 여수 코리아챌린지 국제대회까지 연속 우승하며 충격을 이겨내고 있다. “그래도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근데 뭘 선물하지? 크리스마스도 모르고 운동만 하며 살았는데….” 한참을 고민한 이 선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백화점 상품권을 줄래요. 한 20만∼30만 원 정도? 그걸로 형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어요.”

▼가수 김장훈▼

“정치인들에게 나라 이끌 혜안을”

‘기부천사’, ‘독도 지킴이’ 등으로 잘 알려진 가수 김장훈.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귀와 눈이 즐거워지는 신나는 콘서트를 보여주는 ‘산타’ 같은 존재다.

그런 그가 정말로 시크릿 산타가 된다면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크리스마스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는 “정치인들에게 ‘혜안(慧眼)’을 선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과 밥을 나누고 뭘 돕는 것도 좋지만 이들을 모두 구하긴 어렵잖아요. 근데 정치인들이 혜안을 갖고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간다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온 국민이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내년엔 더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정치인들이 앞으로는 국민을 걱정시키지 말고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렵지만 이렇게 하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라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해요. 그런 믿음이 있다면 국민들도 안심하고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살 수 있을 테니까요.”

▼배우 송윤아▼

“굶주리는 아이들 돕고 싶어”

“시크릿 산타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티 없이 맑은 어린이들을 원 없이 도와주고 싶어요.”

스릴러 영화 ‘세이빙 마이 와이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배우 송윤아는 시크릿 산타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이들”이라고 대답했다.

모범답안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유는 있었다. 정확히 밝히려 하지 않았지만 그는 현재 5년째 경기 성남시의 한 보육원 아이들을 몰래 돕고 있다. 17일에는 대한사회복지회가 사진작가 조세현 씨와 함께 연 입양아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에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 한 영화제에서 ‘테크토닉’ 춤을 선보였고 올 초에는 드라마 ‘온에어’에서 까칠한 작가 역을 맡았기에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라는 그의 말이 오버랩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그는 거침없이 말했다.

“에이, 산타 하면 아이들이죠. 정말 돈이 무한정 많으면 우리나라 모든 아이들, 그것도 성에 안 차면 전 세계 굶주린 아이들을 많이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서강대 장영희 교수▼

“학생들에게 꿈을 주고 싶어요”

“e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내게 ‘교수 추천 장학금’을 신청하겠다며 추천서를 써달라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 적이 없었거든요.”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에게 시크릿 산타라는 말을 꺼내자 그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하루 뒤 기자에게 “학생들”이라고 대답했다.

“올해가 안식년이라 수업을 안 했는데도 내게 자신을 추천해달라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집안 형편이 어렵다, 등록금을 내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턱도 없다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는데 얼마나 안타깝던지…. 많은 학생을 추천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장 교수는 “고되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등록금이 아니라 ‘꿈’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모든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주고 싶어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그들이 꿈을 잃지 않게 희망을 주는 것이죠.”

▼그룹 ‘소녀시대’ 태연▼

“가까운 사람부터 챙겨야죠”

9인조 여성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 올해 ‘만약에’, ‘들리나요’ 등 드라마 주제곡을 부르며 솔로 활동을 펼친 태연은 선물의 주인공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선택했다. 바로 소녀시대의 나머지 멤버 8명이다.

“활동하는 순간순간 감사함을 느껴요. 그래서 시크릿 산타가 된다고 특별히 거창하게 돕기보다는 하루하루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가까운 8명의 멤버에게 마니또처럼 몰래 감사의 선물을 주고 싶어요.”

선물도 소박하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는 뜻으로 직접 만든 모자와 장갑, 귀마개를 주고 싶단다. “멤버가 많다 보니 아무렇게나 줄 수 없다”는 그는 이내 선물 노하우를 공개했다.

“서로 좋아하는 색이 있어요. 티파니랑 수영이는 핑크, 제시카랑 서현은 화이트, 효연이랑 써니는 초록색, 유리랑 윤아는 파란색. 이렇게 몰래 주다 보면 저 스스로도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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