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하. 무. 적. 이효리.”
목둘레가 깊게 파인 흰 블라우스, 흰색 핫팬츠에 롱부츠….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지팡이 삼아 휘두르던 그는 무대로 나와 당당히 외쳤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니까 내 자리이니까/얼마나 내가 눈물 흘린 건지 넘어졌었는지 상처 숨겼는지/얼마나 내가 많은 걸 버리고 이 자리에 섰는지 아무도 모르지.”(노래 ‘천하무적 이효리’ 중에서)
1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가수 이효리 씨가 데뷔한 지 10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 ‘천하무적 이효리’를 열었다. 이날 공연장에는 8000여 명의 관객이 자리를 메웠으며 남성 관객보다 “효리 언니, 사랑해”를 외치는 여성 관객이 더 많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의상과 춤. 히트 곡 ‘톡톡톡’에서 보여준 요염한 고양이부터 ‘헤이걸’의 빨간 가죽장갑의 힙합 걸, ‘다크 에인절’의 어두운 세상을 구하는 여전사까지…. 노래마다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던 그는 ‘헤이 미스터 빅’에서는 근육질 남성 6명 사이에서 그들의 가슴을 쓰다듬기도 했다. ‘노예’를 부를 때는 쇠사슬로 묶은 남자의 등에 올라타 채찍을 휘두르며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는 14번째 곡 ‘돈 크라이’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노래만 불렀다. ‘돈 크라이’를 부른 뒤 “주위에서 말이 많은 콘서트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니, 기타를 메고 “힘들었을 때 김제동 오빠가 북한산에 가서 불러준 곡”이라며 ‘온리 갓 노우스 와이’를 불렀다.
이날 옥주현 성유리 이진 등 이효리가 몸담았던 그룹 ‘핑클’의 멤버가 출연해 함께 꾸미기도 했다. ‘핑클’은 ‘잊혀지지 않을 이름’이라는 영상과 함께 등장해 그룹 시절 히트곡인 ‘영원’ ‘루비’를 불렀다. 이효리는 “성유리와 이진이 무대에 서주는 조건으로 내게 성경 공부와 아프리카 자원봉사를 권했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이후 ‘마이 라이프’ ‘유고걸’ ‘이발소 집 딸’ ‘텐 미니츠’ 등 27곡을 부른 뒤 무대에서 사라졌다.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될 두 번째 공연에는 비와 빅뱅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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