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최신작 ‘엄마를 부탁해’는 대표적인 경우다. 이 작품은 기존 작품에서 보여 온 작가 특유의 서정성과 내면묘사의 섬세함이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형식적으로는 엄마의 ‘실종과 추적’이란 미스터리 기법을 활용했다. 엄마의 실종 일주일째로 시작한 소설은 가족들이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엄마의 흔적을 찾아 그의 일생과 인간적 면모들을 재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각 인터넷포털 사이트 다음, 인터넷교보에 온라인 연재 중인 공지영, 정이현 작가의 장편소설은 미스터리 기법을 좀 더 전면화한 경우다. 두 작품 모두 의문사 발생을 기점으로 청각장애학교에서 일어난 집단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거나(‘도가니’) 이혼과 재혼, 이복형제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너는 모른다’)를 풀어 나간다.
이런 시도들은 전통 미스터리 서사가 실현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불가사의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논리적이고 일관된 서술 주체(탐정, 혹은 그에 준하는 이성과 통찰력을 가진 인물)가 없기 때문이다.
신 씨의 작품에는 사라진 엄마를 찾아내는 뛰어난 탐정 대신 딸, 아들, 아버지 등 복수의 서술자가 등장해 각자의 기억을 더듬는다. 이홍 작가의 단편 ‘50번 도로의 룸미러’ 역시 범죄를 밝혀내는 시점 대신 입양한 아들을 의도적으로 유기하고 실종으로 조작하는 범인(엄마)의 입장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사건의 해결 역시 석연치 않다. 분명히 존재했던 장소가 어느 날 사라지고 없다는 불가해한 상황에서 출발한 염승숙 작가의 단편 ‘지도에 없는’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인 주인공은 사라진 주소지에 살았던 이들을 추적해 가지만 끝내 실마리를 얻는 데 실패한다.
최근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지며 빈번해진 장르 혼종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문학평론가 강유정 씨는 “장편소설, 인터넷 연재의 증가 등에 따라 서사 진행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기 좋은 미스터리 기법이 주목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장르·하위 문학적 요소와의 접합이 주로 형식적 실험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기존 소설에 변화를 주고 한계를 타계해 나가는 방식으로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