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産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주체성 발현으로 볼수 없어”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계간 ‘철학과 현실’ 겨울호 특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일정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도 그 시위를 자발성과 주체성의 발현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간 ‘철학과 현실’은 최근 발간된 겨울호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사회철학적 성찰’을 특집으로 다뤘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사실과 합리성의 관점에서 본 촛불’에서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공포와 분노는 왜곡과 과장의 혐의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부풀려졌고 오도됐기 때문에 사실과 합리성의 규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사실과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은 대중의 공포와 분노에 편승한 사회운동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실천적으로 현명한지” 물었다. 그는 “한 사회가 성숙한 사회, 열린 지평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합리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허우성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촛불시위와 주체성의 문제’에서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주체성이 반드시 자주적, 능동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촛불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는 시청각 이미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촛불시위를 또 다른 성지(聖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시위를 촉발시킨 MBC가 보여준 광우병 이미지의 정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촛불시위의 희망과 불안’에서 촛불시위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전형적인 ‘깃발 시위’로 변질됐다”고 말했고, 정연교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촛불,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서 “집회와 결사에 대한 엄중한 법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우격다짐이 통하지 않는 진정한 민주주의적 정치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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