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불친절한 앨범이다. 4년 만에 돌아온 가수 이소라의 7집에는 앨범 타이틀도, 노래 제목도 없다. 수첩처럼 생긴 앨범의 첫 장을 펼치면 노래 13곡에 해당하는 그림과 곡 순서가 적힌 숫자뿐. 당황해할지 모를 사람들을 배려했는지 그는 맨 오른쪽 아래 손글씨로 이런 말을 남겼다. ‘제목은 마음대로∼’.
가요에서 찾아보기 힘든 낯선 형식의 앨범은 첫 곡부터 심상치 않다. 중반부쯤에선가 노래는 툭 끊기고 곡 작업에 참여한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과 이소라가 대화를 나눈다. “(노랫말을 고르며) ‘이미’가 더 나아?”(정순용) “아까 그거 좋았는데.”(이소라)
만들다 만 것 같은 이 노래의 러닝타임은 무려 6분 58초다.
하지만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가 얼마나 사려 깊게 노래에 관해 말해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가사 옆에 적힌 글엔 앨범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곡이 지어졌을 때의 사소하지만 개인적인 감정들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번 앨범 노래 녹음 내내 일부러 더 신경질적인 상태로 만들어 다녔어요. (중략) 심장 뛰는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숨 조절도 안 되고…. 하지만 이 노래는 부르는 날만큼은 꾸밈없이 아픈 목소리.”(7번째 곡)
다양한 뮤지션을 대거 기용했던 이전 앨범처럼 이번에도 그는 조규찬 이한철 이규호 강현민 정지찬 등의 조력자를 만나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난 행복해’ ‘이제 그만’ ‘제발’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이 원하는 서글픈 이별과 사랑노래가 없다는 것.
대신 그는 이제까지와 좀 다른 노래(‘늘 같은 노래 뭔가 같은 리듬/참 노래 많아 좀 다른 노래/내 노래만은 좀 다른 기분’-첫 번째 곡)를 고민하고, 2003년 10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엘리엇 스미스를 그리워한다.(‘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술에 취해 말하는 노래/간절히 원해’-8번째 곡) 유력한 타이틀곡으로 점쳐지는 9번째 곡엔 전작의 ‘바람이 분다’를 잇는 삶에 대한 허무와 고독함이 짙게 배어 있다.
“이 별을 만난 건 지난번 별에섭니다/이제껏 산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죠/저 작은 별에서는 외계 언어를 말하고/특별한 재능도 하나쯤 가질 수 있게.”
11번째 노래 가사처럼 그는 대중적 성공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웅크리고 앉아 음악적 울타리를 더 높고 단단하게 쌓았다. 이제 남은 건, 제목을 상상해가며 찬찬히 음미해야 할 이 ‘외계 언어’ 같은 앨범에 대한 대중의 반응뿐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