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못할 러브라인 이다해 “못하겠다”… ‘에덴의 동쪽’ 하차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7시 20분


“러브라인만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결국 복잡한 애정관계의 도구로 전락한 것에 대해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주인공 중 한 명인 이다해가 전격 도중하차를 결정한 배경에는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다는 절박한 바람이 있었다.

22일 밤 드라마 게시판을 통해 도중 하차를 밝혀 충격을 준 이다해는 23일 오후 스포츠동아와 단독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내가 맡은 민혜린 역이 기획과 달리 드라마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 연기자로서 힘들고 괴로웠다”고 가슴에 담아왔던 고민을 토로했다.

이다해는 “한참 연정훈을 좋아하다 갑자기 송승헌을 짝사랑하고, 다시 연정훈과 애정관계를 펼쳐야 하는 전개가 기획의도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오락가락하는 드라마 전개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에덴의 동쪽’에서 이다해는 언론 재벌가의 딸로 서울대 법대에서 만난 연정훈과 사랑을 나눠왔다.

하지만 드라마가 결말을 향해가는 최근 느닷없이 연정훈의 형인 송승헌과 새로 애정이 싹트는 상황이 등장해 시청자로부터 ‘어색하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이다해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밝힌 대목이 이 부분이다.

이다해는 드라마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제가 민혜린을 이해할 수 없는데 어떻게 시청자를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할 수 있을까”라며 “한 순간도 거짓된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다해는 또한 이번 결정이 순간의 감정적인 선택이 아닌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정을 내리고 제작진과 협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전 제작진과 도중하차에 대해 합의했다. 돌이키기에는 힘든 상황인 듯하다. 배우로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려고 게시판에 글을 썼다.”

이다해는 제작진과 합의한 대로 1월 중순까지 출연할 예정이다. 1월5일 방송할 37회부터는 도중하차에 맞춰 이야기가 새로 구성된다.

이다해의 도중하차 소식을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동정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시청자는 드라마 게시판에서 “너무 많은 출연자들이 나오는 산만한 드라마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할 바에는 하차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시청자는 “유독 민혜린의 캐릭터만 처음부터 모호했다”며 “연정훈과 송승헌, 재벌 2세까지 얽힌 사랑관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썼다.

‘에덴의 동쪽’은 최근 시청률 30%를 돌파하는 등 MBC에서 효자 드라마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대외적인 성적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출범 초부터 계속 삐그덕대는 모습으로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려왔다.

초반 주인공 이연희의 어색한 연기력이 도마에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어 장황하게 이어지는 문어체 대사가 요즘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기획부터 참여했던 나연숙 작가가 전격 하차하고 이홍구 작가로 대체 투입되면서 구설에 휩싸였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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