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한국과 중국 바투 동시 오픈’, 그리고 한중 정상급 프로기사 10명이 출전하는 ‘바투 인비테이셔널’ 대회 개최이다.
개발 기간 2년. 개발자들이 가장 고민한 부분은 “기존 온라인 게임의 짧은 수명을 획기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게임 개발이 과연 가능할까?”였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最古)의 전략게임인 바둑. 바둑의 심오한 전략성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 현대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얼마나 무리 없이 가미할 수 있느냐가 승부였다.
그래서 바투가 만들어졌다. 바둑이 100% 논리로만 승부가 가려졌다면 바투는 심리전, 연막작전, 행운 등 승부에 미치는 요소들이 다양해졌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미리 돌 3개씩을 놓는 ‘베이스빌드’, 선제 공격권을 놓고 다투는 ‘턴 베팅’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상대에게는 보이지 않는 돌을 사용하는 ‘히든’이 바투의 백미. 히든과 함께 이를 발견해 내기 위한 ‘스캔’ 기능은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보는 듯한 흥분감마저 맛보게 해준다.
개막식에는 개인 사정상 내한하지 못한 중국 랭킹 1위 구리(그래도 영상을 보내왔다)를 제외한 9명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프로기사를 지칭하는 ‘사범’ 내지는 ‘아무개 0단’이 아닌 ‘선수’라는 호칭부터가 낯설면서도 미묘한 쾌감(?)을 준다.
대회는 25일 용산 아이파크 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7주간 열린다. 총 상금은 2억원. 5명씩 2개조로 나누어 리그전을 치른 뒤 각조 1·2위가 결선 토너먼트에서 맞붙게 된다. 리그 출전료 200만원에 승리 보너스 300만원, 우승자에게는 2500만원이 주어진다. 리그부터 결승까지 전승 우승을 한다면 최대 4500만원을 챙길 수 있다.
조 지명식에서 이창호 ‘선수’를 선택한 중국 창하오 9단은 “왜 이창호인가?”라는 질문에 “이창호 9단은 인품이 좋아 ‘히든’을 쓰지 않을 것 같았다”라고 답해 좌중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여기에 대한 이창호의 화답은? “히든을 쓰지 않고 이기면 좋겠다”였다.
사족 하나. 바투 개막식 취재를 위한 중국 기자들의 모습이 꽤 보였다. 그런데 바투보다는 정작 모 인터넷업체의 기자에 더욱 관심이 많은 듯했다.
최근 이창호 9단과 사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오로의 이도윤 씨였다. 중국 기자들은 무대가 아닌 이 씨를 향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댔다. 우연히 이 씨의 옆 자리에 앉은 죄로, 본인 역시 2시간 가까이 괴로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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