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이냐 광복 63주년이냐’ 논란 증폭
독립유공자와 유족들로 구성된 광복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건국 60주년 홍보책자가 건국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훼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24일 “문화부는 홍보책자에서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에 관여한 사람들에게 건국 공로의 몫을 줘야 한다고 표현했다”며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부역한 사람들이 건국에 참여했는데 이는 결국 친일파의 공로를 인정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부의 홍보책자는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의 역사의식을 왜곡하는 중대한 잘못”이라며 “문화부가 책자를 회수해 폐기하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보책자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에 기여한 유공자들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복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문화부가 요구사항을 거부할 경우 독립유공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고 건국훈장을 청와대에 반납하고 가두집회에 나서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문화부는 이미 배포된 책자의 회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럴 의사도 없다고 밝혀 양측 간 대립 양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박효종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등이 집필한 ‘건국 60주년 위대한 국민, 새로운 꿈’이라는 208쪽짜리 책자 3만 부를 올 10월 전국 초중고교, 대학, 군부대, 정부기관에 배포했다.
이 책자는 “임시정부는 자국 영토를 확정하고 국민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은 아니었고, 실효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다”며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 실제 출발 기점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봐야 한다”고 기술했다.
광복회는 대한민국의 출발점을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으로 보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전개됐던 상하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의 항일투쟁 의미를 축소시킨다며 반대해 왔다. 올해는 건국 60주년 이전에 ‘광복 63주년’이라는 게 광복회의 의견이다.
보수단체와 학계에서는 1945년 광복의 의미도 있지만 1948년 건국 이후 이뤄낸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성과를 반영하려면 건국절이 더 적절하다고 말해 왔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광복회 등의 반대로 취소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