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놓쳐선 안될 또다른 올해의 책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선정위원 30명이 뽑은 ‘올해의 책’에 근소한 차로 들지 못했으나 베스트10에 선정돼도 손색없을 책도 많았다.

이영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쓴 ‘육체의 탄생’(민음사)은 한국사회를 휩쓰는 ‘몸’에 대한 관심의 근원을 근대 역사적 측면에서 풀어낸 수작. 김기봉 경기대 교수는 “육체는 정신이란 주인이 사는 집이 아닌, 그 자체가 주인인 ‘존재의 집’임을 보여준 책”이라고 평가했다. 주강현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이 집필한 ‘적도의 침묵’(김영사) 역시 국내 저자가 태평양 적도 부근의 방대한 해양문명을 직접 탐사해 연구한 보기 드문 책이었다.

세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한 해외 저자의 책 2권도 주목받았다. 올해 1월에 출간된 ‘마이크로 트렌드’(해냄)는 몇 가지 큰 법칙이 세상을 움직이는 메가 트렌드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적 코드로 등장하는 ‘틈새’ 흐름을 짚어낸 책이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2008년 신간 ‘코드 그린’(21세기북스)은 연말에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모았다.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는 “저자는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이란 세 단어로 세상의 모든 변화를 짚어내고 선도하는 또 한번의 마법을 부렸다”고 평했다.

‘일본 지식인의 전형’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왕’과 ‘도쿄대’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일본 근대사를 정리한 묵직한 대작 ‘천황과 도쿄대’(청어람미디어)와 프랑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 4년간 창공에서 찍은 한반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집 ‘하늘에서 본 한국’(새물결)도 많은 선정위원이 언급했다.

문학 분야에서도 제외하기에는 아쉬운 책이 많았다.

지난해 소설 ‘바리데기’를 본보 올해의 책 10에 올렸던 소설가 황석영 씨는 올해도 신작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작가의 젊은 시절이 녹아든 성장소설로 기존 팬들은 물론 10, 20대 독자들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

‘개밥바라기별’이 아버지 세대의 젊은 날을 보여줬다면 김려령 작가의 청소년소설 ‘완득이’(창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10대의 모습을 유쾌하게 짚어내 인기를 끌었다. 이광호 서울예술대 교수는 “완득이는 2008년 출판계에 ‘영 어덜트(Young Adult) 소설의 부흥’이란 태풍을 일으킨 발화점”이라고 평했다.

소설가 이승우 씨의 신작 소설집 ‘오래된 일기’(창비)는 글쓰기를 통해 끊임없이 인간의 구도(求道)를 고민하는 작가 특유의 화법이 돋보였다.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대가의 반열에 성큼 다가선, 작가의 대담하고 범박한 사유들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첫 소설집 ‘펭귄뉴스’로 단박에 인기 작가가 된 소설가 김중혁 씨의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도 음악을 테마로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올해의 책 선정위원 (가나다순)

강유정(문학평론가) 강정(시인) 구본형(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 김기봉(경기대 교수·역사학) 김숨(소설가) 김원(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정치학) 박문호(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성원(소설가) 박재환(에코리브르 대표)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이권우(도서평론가) 이명옥(사비나미술관장) 이주헌(미술평론가) 임진택(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 송기원(연세대 교수·생화학) 신병주(건국대 교수·한국사) 신정근(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신형철(문학평론가) 장대익(동덕여대 교수·과학기술학) 장은수(민음사 대표)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교수·물리학) 조영희(에코의서재 대표) 조원희(국민대 교수·경제학) 정민(한양대 교수·한문학)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한자경(이화여대 교수·철학) 허병두(‘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