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줄이고, 요리 하나하나에 에피소드를 담은 혁신적인 스타일로 요리책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혜경 씨.
현재 요리정보사이트 82cook(www.82cook.com)의 대표인 김 씨의 맛깔스런 글 솜씨는 이번 책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읽는 재미는 실제 만들어보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이런 재미는 비단 필력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가 담고자 한 생각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생일이나 기념일, 또는 누구를 대접하는 날이면 외식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잖아요. 그런데 계속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불량 먹거리 문제를 보면 외식하는 게 불안해요. 사실 집에서는 좋은 재료를 사다 깨끗하게 해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집안 식탁으로 불러들이고 싶었어요.”
외식도, 손님 초대도 집에서 하자는 그는 다섯 가지 내외로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쉬우면서 번듯한 음식을 하면 누구든지 손님을 초대할 수 있다며 상차림을 제안한다.
“손님을 초대하거나 생일상을 차릴 때 겁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평소 안 만들어 본 특별한 음식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해요. 그런데 사실 쉬운 음식으로 몇 가지만 만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가짓수가 적어 다소 소박해보일지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쉬운 음식으로 차린 소박한 상차림으로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답니다.”
그는 쉽게 상을 차릴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먼저 메인 음식을 정하고, 혹시 메인을 안 먹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메인과는 다른 재료로 사이드 음식을 차리는 것.
고기, 생선, 채소의 균형을 잡고, 맛의 융화도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메인으로 갈비찜을 정했으면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을 위해 생선을 골라 약간 튀겨 매운 소스를 바른 도미 양념 조림으로 사이드를 준비해요. 메인이 튀김이면 사이드는 무침으로 하고요. 맵고, 달고 한 것도 균형을 맞춰요. 갈비찜이 짭조름하면, 생선은 맵게, 채소 요리는 담백한 맛으로 내놓는 거죠. 음식별로 만드는 시간도 고려하는 게 좋아요. 오래 걸리는 음식과 금방 만드는 음식 몇 가지로 짜면 동시에 진행해 시간을 줄일 수 있죠.”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한,중,일,퓨전식 등 33가지 상차림에서 특히 추천하고 싶은 상차림은 뭘까.
가족이 함께 먹기 좋은 걸로 바비큐립(메인), 감자샐러드(사이드), 도로리묵국수(플러스) 세트를 권한다.
바비큐립은 정육점에서 사 돼지를 푹 찌기만 하면 되는 간편함이 이유. 여기에 소스만 두, 세번 바르면 온 가족이 함께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중국식으로는 동파육(메인), 해파리전복냉채, 청양고추전(이상 사이드), 자장면(플러스) 세트가 어른을 대접할 때 적격이다.
“동파육은 냄비에 넣어 찐 후 해파리전복냉채로 싸 먹으면 좋아요. 특히 전복을 상에 올리면 어른들은 대접을 잘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시거든요. 나가서 먹으면 4인 기준으로 10만원이 넘게 들지만 집에서는 절반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요.”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화보]여섯번째 요리책 ‘김혜경의 특별한 한상차림’ 낸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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