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8월 5일 서울대에선 제22차 세계철학대회가, 7월 21∼26일 고려대에선 세계언어학자대회가 열렸다. 두 대회 모두 5년마다 개최돼 ‘올림픽’에 비유되는 대회로 각각 104개국 2600여 명, 50여 개국 1500여 명의 학자가 참석했다.
한국 철학계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철학대회를 주최함으로써 세계 철학계의 주류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언어학자대회는 한국어에 대한 세계적 주목을 이끌어내는 소득도 얻었다. 한국 학술계는 두 대회를 통해 동서양 사상 교류의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건국의 의미와 건국 주역들에 대한 조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1945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한국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정옥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건국 60년사를 이 시대의 교훈과 반성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동양정치사상학회는 11월 이승만 김구 김성수 등 건국 과정에서 활동한 지도자 9명의 업적을 조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의견이 제기돼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년 만에 보수 정권이 출범하면서 보수와 진보 학계는 내부 비판과 자성을 통해 새 길 찾기에 나섰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뉴라이트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진보 진영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은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경제위기 등에 휩쓸려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생산적인 담론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7월 14일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사실상 ‘독도는 일본 땅’으로 기술하기로 결정하면서 독도 연구에 다시 불이 붙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바로 다음 날인 15일 학술대회를 열어 독도에 관한 일본 교과서의 왜곡 현황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어 인하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은 외국 학자들까지 모인 행사에서 독도 문제 해결책을 모색했다. 한국의 역사 연구자들은 독도에 관한 새로운 사료 발굴에 힘을 기울였고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는 일본인 학자들의 발언도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모임인 교과서포럼이 3월 23일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펴내면서 시작된 ‘교과서 논쟁’이 연말까지 지속됐다. 포럼은 “현행 고교 검인정 근현대사 교과서들은 좌파 편향적 역사 인식을 담고 있어 대안교과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안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틀을 잡았다’는 점을 들어 높게 평가하는 등 현행 교과서와 역사 기술에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지나치게 우파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들에 대한 수정 결정을 내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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