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비글호 자취 따라 대장정, 장보고호 어디쯤 와있나

  • 입력 2008년 12월 29일 16시 22분


-남: 여러분,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 아시죠?

내년은 다윈이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다윈은 20대 청년 시절, 비글호라는 해군 측량선을 타고 세계를 항해하며 진화론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한 한국인이 하던 일도 그만 두고 작은 요트 하나에 몸을 실은 채 다윈의 비글호 항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여: 그 주인공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었던 권영인 박사인데요. 동아일보와 동아 사이언스는 권 박사의 항해를 신문 지면뿐 아니라 동아닷컴, 다큐멘터리 영상으로도 보도할 예정입니다. 미디어융합시대를 맞아 매체의 경계를 넘어서는 크로스미디어 방식입니다. 권 박사가 이끄는 장보고호의 외로운 항해, 다윈을 따라서, 침몰하는 카리브 예고편을 함께 보시죠.

-남: 스튜디오에 바하마로 장보고 호 현장 취재를 다녀온 동아 사이언스 박근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생 많으셨는데, 장보고 호 탐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10월 9일 미국 동부 아나폴리스 항을 출발해 오늘로 항해 82일째를 맞고 있는 장보고 호는 지난달 20일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 제도에 도착해 현재는 바하마 제도의 최남단 크룩트 남쪽 섬을 지나고 있습니다. 다소 일정이 지체된 상황인데요. 장보고 호의 선장 권영인 박사는 그동안 돛대가 부러지고 난파의 위험을 맞는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번 항해를 꼭 성공리에 마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초에는 미국에서 함께 출항한 강동균 씨를 대신해 권 박사의 학교 후배이자 올해 새내기 대학생인 송동윤 씨가 팀에 합류해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여: 이번에 현지 취재를 다녀온 바하마, 어떤 곳인가요.

"탐사대의 첫 중간 기항지인 카리브해 연안의 바하마 제도는 미국인들이 평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휴양지'로 불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 섬 안에 얼마 안 되는 숲들이 자원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지고, 바다거북과 소라 등이 남획되면서 심각한 환경 파괴를 겪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수 년 간 열대성 폭풍인 허리케인이 잇따라 이 지역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산호초로 이뤄진 서쪽 섬들이 지도상에서 사라지거나 내버려지는 등 극심한 재앙을 겪고 있습니다."

-남: 현지에서 어떤 탐사를 진행했습니까?

"장보고호 탐사대는 411일간의 항해 동안 찰스 다윈이 타고 항해한 비글호의 항로를 따라 환경파괴와 자원 탐사 현장을 집중적으로 조망합니다. 이번 첫 중간 기항지 바하마에서도 이 지역의 환경 파괴 상황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권영인 박사와 함께 북서쪽의 작은 섬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섬의 80%가 지금은 사라진 것을 비롯해 산호섬의 침식을 막아주는 맹그로브 숲도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습니다. 짠 바닷물에서 사는 맹그로브 나무는 바닷물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소금기는 잎을 통해 내보내는 독특한 식물로, 그랜드바하마를 비롯해 바하마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 식물입니다."

-여: 장보고호에 함께 동승해 보니 항해가 위험하거나 힘들지 않았나요.

"짧은 동승 기간이었지만 취재진은 해양 탐사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톡톡히 경험했습니다. 이번 취재 기간 동안에도 아침나절 맑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갑자기 나빠져 인근의 유조선 정박 시설로 피항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탐사대와 취재진은 육지에 내리지도 못한 채 꼬박 3일 비상식량으로 허기를 달래며 파도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보다 사흘 전에는 그랜드바하마 섬 북서쪽에 있는 한 무인도에 접근하려다 '러더'라고 불리는 배의 방향타가 모래톱에 걸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파도나 밀물이라도 들이치기라도 했다면 배가 완전히 좌초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남: 권 박사는 왜 이런 탐사를 고집하는 건가요?

"속된 말로 잘 나가던 정부산하기관 연구원이 하루아침에 사표를 내고 자비를 들여 고난의 탐사여행에 오른 것은 언뜻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이번 탐사의 목적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탐험한 경로를 따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문제를 현장에서 살펴보고 이를 과학자들과 일반인들과 공유하려는 데 있습니다. 내년은 찰스 다윈이 탄생 200돌, 그가 쓴 '종의 기원'출간된 지 150주년을 맞아 더 뜻이 깊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는 내년 중 177년 다윈이 타고 출항했던 비글호를 똑같이 복원해 장보고 호와 비슷한 탐사에 나설 계획인데요, 권 박사의 탐사는 이보다 1년 일찍 시작된 것입니다."

-여: 앞으로 장보고호의 항해계획은 어떻습니까?

"권 박사를 태운 장보고 호는 앞으로 남은 항해 기간 동안 비글호의 항로를 따라 남미 동부 해안과 남미 최남단 비글 해협과 케이프 혼을 지나 다윈이 진화론의 근거를 발견했던 갈라파고스 제도로 이동하면서 과학탐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시 그곳에서 탐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다시 비글호와 같은 항로를 따라 태평양을 횡단하는 장도에 오릅니다. 중간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어 항해 일정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장보고호와 권 박사는 내년 12월경 450일간의 대항해를 마치고 2012년 세계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남: 박 기자, 앞으로도 계속 취재해 소식 알려주기 바랍니다.

(인사)


▲동아일보 영상뉴스팀 이성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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