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볼트’는 애완동물을 버린 경험이 있는 관객을 뜨끔하게 만들 영화다. 고양이 미튼스의 위 대사에는 한동안 쓰다 버릴 가구처럼 애완동물을 다루는 무심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원망이 담겨 있다.
볼트는 자기가 초능력을 가졌다고 믿는 흰색 셰퍼드다. 슈퍼 파워를 가진 개와 소녀의 모험담을 그린 어린이 TV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길러졌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볼트는 스튜디오 안에 갇혀 드라마 속 가짜 초능력을 진짜로 믿도록 훈련받았다.
10년 전 피터 위어 감독이 짐 캐리를 기용해 만든 영화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 설정. 트루먼 버뱅크는 갓난아기 때부터 거대한 세트 안에서 양육돼 드라마를 현실로 믿으며 살게 된 인물이었다.
영화 끝에 가서야 세트 문을 열고 나가는 트루먼과 달리 볼트는 영화 초반 일찌감치 세상 밖으로 던져진다. 초능력을 믿게 하도록 설계된 특수장치들이 사라진 현실 세계에서 방황하던 볼트는 미튼스와 함께 여행하며 진짜 개로서 자기 정체성을 조금씩 깨달아 간다.
초능력에 대한 볼트의 얼토당토않은 착각은 다른 동물들의 조롱거리다. 하지만 볼트를 그렇게 만든 것은 그가 믿고 사랑한 사람들이다. 드라마 속에서 볼트의 특별한 능력은 자신을 길러준 소녀 페니를 지키기 위해 주어졌던 것. 그 초능력이 실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충직한 개 볼트는 페니의 사랑 역시 진짜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볼트의 목소리 연기는 배우 존 트래볼타가 맡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들리는 주제가 ‘널 잃은 줄 알았어’도 컨트리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와 함께 직접 불렀다. 30년 전 뮤지컬영화 ‘그리스’에서 뽐냈던 노래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소녀 페니는 TV 애니메이션 ‘컴퓨터형사 가제트’에서 강아지 ‘브레인’과 활약했던 ‘페니’를 꼭 닮았다. 페니 역의 사이러스가 만든 주제가 가사도 묵묵히 주인 곁을 지키는 애완동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네가 대체될 수 있을 것처럼, 네가 원래부터 거기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 걸어 나왔지. 그게 너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지 몰랐어….”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