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왕성한 10대 소피와 스카이(맘마미아),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와 라다메스 장군(맘마미아), 꿈을 잃지 않는 20대 뉴요커 수잔과 존(틱틱붐), 사랑과 음모가 숨겨진 도박장의 쇼걸과 갬블러(갬블러)….
뮤지컬 배우 이건명(36) 씨와 배해선(34) 씨.
공연계에서 두 배우는 극 중에서 가장 ‘뜨거운’ 커플로 꼽힌다. 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도 연인인 캐시와 제이미로 출연하고 있다.
“정식 데뷔한 뒤 연인으로 만난 게 여섯 작품인데 대학 워크숍 무대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거예요.”(배해선)
“제대 후 대학(서울예전)에 복학했더니 웬 예쁜 여자 후배가 눈에 띄더군요. 얼마 후 학교 공연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부부로 뽑혔어요.”(이건명)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진짜 연인’으로 발전할 법하지만 두 배우는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두 배우는 미혼이다.
“얼마 전에는 친구와 교외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아, 맞다. 오늘이 해선이 생일이지!’라고 생각하고는 곧장 케이크를 산 뒤 전화해 밖으로 불러냈어요.”(이건명)
“열 친구 안 부럽죠. 남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특별한 날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좋은 동료죠.”(배해선)
이제는 키스신도 부담이 없고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다는 이들은 ‘라스트…’에서 각각 작가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캐시와 제이미를 맡아 5년간의 만남과 이별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의 부제는 ‘연애는 해피엔딩이 더 드물다’이다.
극 중에서 캐시는 이별부터, 제이미는 첫 만남부터 따로 시작하는 독특한 구성이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시점에서 모노극을 이끌어가고 중간 부분인 결혼식에서만 함께 출연한다.
“많은 작품이 젊음과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처음 만난 장면부터 이별을 보여주면서 두 남녀의 사랑이 배려와 노력 없이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 줘요. 영화에서는 쉽지만 사실 첫사랑과의 결혼은 정말 어렵잖아요.”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사랑에 대한 상처가 있는 사람 외에도 상처를 예방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제이미는 소설가로 성공하는 반면 캐시는 뮤지컬 배우로 좌절한다. 이는 두 남녀가 이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작품 주인공들과 비슷한 일들을 겪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제이미가 일 때문에 함께 있지 못하는 것에 캐시가 화를 내잖아요. 저도 뮤지컬 배우이다 보니 가장 중요할 때 여자 친구와 함께 있어 주지 못했어요.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특별한 날에는 어김없이 무대에 섰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여자 친구의 직업이 국제선 스튜어디스래요. 하하.”(이건명)
“캐시가 일이 안 풀려 힘들어할 때 제이미가 조금만 기다리면 잘될 거라는 노래를 불러주잖아요. 예전에 힘들었을 때 만나던 남자 친구가 오뚝이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를 했는데 공연 중에 많이 생각이 나네요.”(배해선)
제이미와 캐시 역에는 각각 양준모 김아선 씨가 더블 캐스팅됐다. 2009년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02-2230-6600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