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6년 GM노조 연좌파업 시작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한 노동자가 미국 미시간 주 플린트 시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회사가 설비기기를 다른 공장으로 빼돌리려 한다.”

그의 외침에 공장은 일순 크게 술렁였다.

잠시 후 노동자들 사이에서 구호가 터져 나왔다.

“공장 점거, 공장 점거….”

1936년 12월 30일 미국 최초의 연좌파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노동자들은 곧 공장 출입문을 차단하고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에 돌입했다.

공장 밖에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이전까지의 파업 양태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미국 노동운동사에 기념비로 남은 이 파업은 전미자동차노동조합에 의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다.

1935년 결성된 전미자동차노동조합은 1936년 첫 회의를 열고 가장 크고 강력한 노동자 집단을 조합으로 이끌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목표는 플린트 시의 GM 생산공장에 맞춰졌다.

조합은 윈덤 모티머를 플린트 시로 파견했다.

GM도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았다. 경찰과 정치권을 통해 조합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외부인의 공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모티머는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익명의 남자로부터 “나무 관에 실려 나가지 않으려면 즉시 돌아가라”는 협박성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플린트 시에 있는 공장의 설비시설을 노조가 없거나 조합의 힘이 약한 다른 공장으로 옮기려는 GM의 계획이 사전에 누설되며 결국 조합의 계획대로 파업은 시작됐다.

연좌파업이 10일을 넘기자 경찰은 1937년 1월 11일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피켓을 향해 총을 쏘고 최루탄을 퍼부었지만 볼트와 너트를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밀려 6시간 만에 아무 소득 없이 철수했다.

연좌파업은 40일을 넘겼고 결국 GM은 두 손을 들었다.

1937년 2월 11일 GM과 조합은 ‘전미자동차노동조합을 GM 노동자의 포괄적인 협상 대표로 인정한다’는 한 장짜리 합의서에 서명했다.

승리를 쟁취한 조합의 힘은 더욱 강성해져 1936년 3만 명이던 조합 소속 노조원이 1년 만에 50만 명으로 급증했고 GM으로부터 퇴직근로자의 의료까지 보장받게 됐다.

연좌파업은 미국의 다른 산업 부문으로 퍼져 나갔고 주요 제조업 부문에서 노조가 건설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채 안 돼 미국 법원과 전국노동관계위원회는 연좌파업을 불법으로 판정했고 기업들은 이를 근거로 연좌파업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서의 연좌파업은 시들해졌고 연좌파업의 시발점이던 GM은 72년이 지난 오늘 미국 경제 파탄의 원흉으로 지목돼 파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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