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달달하고, 밥처럼 배부른 막걸리. 마시는 이로 하여금 한 잔에 가수, 석 잔에 시인이 되게끔 만들어 주는 막걸리.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낭만이 걸쭉하니 발효되어 넉넉히 담긴 한 잔의 막걸리.
그런데 이 좋은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곤혹스러운 일이 딱 하나 있으니 그 놈의 탄산으로 인한 거품이다. 탄산이 함유되어 청량감이 더해진 것이야 좋지만 자칫 마개를 잘못 열었다간 눈치도 없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막걸리 거품에 병과 탁자, 심지어 옷까지 버리는 일이 왕왕 벌어지게 된다.
설상가상 이 막걸리 냄새는 심한 경우 사나흘씩 간다.
막걸리는 성분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흔들어 마셔야 한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흔들수록 탄산의 저항(?)은 강해진다. 그렇다면 이 막걸리의 골칫거리 거품을 어이해야 할까?
한두 번 당해본 이들은 일단 막걸리를 흔든 뒤 살그머니 병마개를 돌려 가스를 빼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현명한 처사지만 마개를 돌리는 수위를 조절하기가 어렵다.
조금 많이 열었다 싶으면 마개 사이로 어김없이 거품이 삐져나오기 때문이다.
간혹 뚜껑을 연 뒤 재빨리 손바닥으로 막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될 일이 아니다. 손바닥과 병의 빈틈을 타고 샴페인처럼 터져 나오는 거품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술맛이 뚝 떨어져 버리게 한다. 그리고 그 막걸리, 손바닥 댄 사람이 다 마실 일이다.
생활의 지혜가 드리는 막걸리 마개 잘 따는 법은 이렇다. 일단 막걸리 병을 잘 흔들어 준다. 이렇게 흔들어 주면 병 속의 가스들은 잔뜩 독이 올라 뚜껑이 열리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것이다.
이때 마개를 곧바로 따지 말고 막걸리 병의 중간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꾸욱 눌러준다.
병을 돌려가며 네 군데 정도 눌러주는 것이 좋다.이렇게 해놓고 마개를 따면? 신기하여라.
야생마처럼 폭주하던 막걸리는 첫날 밤 새색시처럼 다소곳한 자태로 술꾼의 입맞춤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니, 이 어찌 ‘막걸리의 마법’이라 하지 않을까. 2009년 기축년, 소의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소처럼 일한 당신에게 시원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을 바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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