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올라 온 열 편의 소설은 대체로 구성이 안정됐고 제가끔 독특한 문체를 보여줬다. 한국 소설의 기초가 탄탄하다는 사실의 증거로 여겨도 좋으리라. 박하의 ‘오션 파라다이스’, 오윤서의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가 마지막까지 논의됐다. ‘오션 파라다이스’는 투기성 오락에 중독된 사람의 시시각각으로 돌변하는 정신적 상황을 생활상의 궁핍에 비춰 절박함과 비루함을 동시에 임계점까지 끌고 간 작품이다.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는 배가 끊긴 섬에 남겨진 여인과 두 등대지기 사이에 조성된 관계의 미묘한 심리적 긴장과 그것을 미리 판단해 버린 여인의 불행한 파국을 재치 있게 연결시킴으로써 생각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웠다.
당선작 ‘여우의 빛’은 청부 살인업자라는 이색적 인물을 내세워 산다는 것의 근본적인 잔인함과 사는 자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치밀하게 반추한 작품이다. 심사자들은 당선작을 뽑는 데 쉽게 합의했다. 다른 작품들도 일정 수준에 도달했으나, ‘여우의 빛’은 소설이 문학인 이유를 가장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는 문체가 상황을 정서적으로 강화하는 보조적 장치라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 문체는 상황과 길항하면서도 상황을 정돈하고 동시에 상황을 움직인다. 당선을 축하하며, 아쉽게 탈락한 분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오정희 소설가·정과리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