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도 용기내서 쓸게요
얼마 전 스물아홉 살 무직자를 보는 시선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에 난감해 하더군요. 처음엔 호기심과 흥미를 느꼈지만 참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은 변해갑니다. 처음엔 백수였다가, 다음에는 건달, 심지어는 (실)업자. 재밌습니다. 인간을 어떤 단어에 가둔다는 게.
그 어떤 호칭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건, 희곡을 쓰기 때문입니다.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너무나 소중하고 즐거운 일. 하지만 혼자만의 사적인 글쓰기가 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 아직도 실감나지 않지만 주위에서 기뻐하는 걸 보니 마음이 벅차옵니다. 그간 쓰려고 준비해두었던 이야기들을 더 힘을 내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설픈 작품을 뽑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간 가르침을 주신 연극원 극작과 선생님들께도 감사 말씀 전합니다. 희곡분과를 함께했던 그 시절 사람들, 예술문창 동기들, 연극원 극작과 하나뿐인 나의 동기와 선후배들, 집요, 내 친구들 그리고 석진 오빠 모두 고맙습니다. 지난 가을 함께 일했던 수많은 학생들, 잘 지내고 있나요.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들, 사랑합니다!
△1980년 서울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과정 재학 중
무능한 기성세대 비꼬기 ‘통렬’
문학과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 그래서인지 응모작은 현실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물, 패륜, 도박, 사기 등을 다룬 이야기가 넘쳐났다. 무대를 염두에 둔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적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 가운데 안은경의 ‘언니의 아들’은 언니가 돼지를 출산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출발했으나 엉성한 진행과 에피소드 부재로 무게감을 상실하고 소재의 신선함을 발전시키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유예진 작 ‘뢴트겐 행 열차를 기다리며’는 시적 사유가 넘치는 대사와 풍부한 비유와 상징을 심어 놓아 서늘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허약한 구성과 소년이 등장하는 설정이 식상했다. 권현진의 ‘논리적인 이중씨’는 이중이란 독특한 인물을 통해 어긋난 가족 이야기를 날카롭게 펼쳐보였다. 그로테스크한 대사와 대사가 비켜가며 오묘한 에너지가 발생하는 참신한 희곡이지만 시종일관 동일한 진행 패턴이 답답함이 되고 결국에는 ‘지루한 이중씨’가 되는 약점을 보이고 말았다. 앞날을 기대한다.
최문애의 ‘실종’은 극의 진행이 선명하고 일정한 거리 두기를 통해 학생의 실종사건을 무심히 다루는 냉소적인 시각이 뛰어났으며 기성세대의 비겁함, 무능, 추악함을 통렬하게 비꼬는 수작이다. 다가올 무서운 미래를 암시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한태숙 극작가 연출가·박근형 극작가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