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버린 내 꿈, 견뎌줘서 고마워
여러 곳을 헤맸고, 아예 정처를 잃어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내 고삐는 문학이란 말뚝에 매여 있었나 보다. 갑작스레 문학의 채찍이 과한 것을 요구하는 기분이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순간이 몇 번 찾아오는 걸 보면, 피할 수 없는 어떤 의무가 있는 걸까. 골인이라면 멋진 세리머니라도 하련만,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두렵다. 말과 글이 넘치는 시대에 2차 담론을 쓴다는 의미와 책임을 생각하며, 깊은 바닥에서 문학과 시대를 담금질하는 글을 벼려 보련다.
무모한 도전을 지원해주신 김인호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따뜻한 신뢰와 격려를 보내주신 변지연 이정석 선생님과 생태문화연구회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문학과 철학의 굴곡을 깨우쳐주신 모교와 대학원 선생님들께도 버릇없는 제자의 뒤늦은 인사를 올리고 싶다. 문학적 핏줄의 발원지인 할아버지, 다 큰 딸 뒷바라지로 편한 날 없으신 부모님, 그리고 영원한 지지자이자 동반자 남편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오생근 최동호 선생님으로부터 문학의 길을 여는 영광을 얻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이십 년 세월 동안 빛바랜 채 늙어버린 나의 꿈아, 지치지 않고 견뎌줘서 고마워!
△1974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미학과 석사
비평적 통찰-균형감 적절히 조화
전체적으로 올해 응모작 수준은 높지 않았다. 일부 응모자가 아직도 비평과 보고서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대부분 텍스트 해석에 치중된 것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소설보단 시에 대한 글들이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비평적 통찰을 보여줬다. 김나영의 ‘공존하는 삶을 모색하는 세 가지 방식’과 오연경의 ‘날(生) 이미지와 사건의 시학’, 신철규의 ‘상처의 재현과 재현의 상처’ 세 편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공존하는 삶을…’은 섬세한 작품 해석이 돋보였으나 초점이 모호해 보였고, ‘날(生) 이미지와…’는 불필요한 개념어들이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상처의 재현과…’는 텍스트와 밀착감이 두드러졌지만 너무 여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비평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비평적 통찰과 균형 감각이 조화된 ‘날(生) 이미지와…’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오규원의 후기 시에 나타나는 환유적 세계를 느슨한 자기 복제로 보지 않고 동사적 접근이라는 일관된 정신으로 파악한 이 평문은 그것대로 종전의 논의에서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평가됐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탈락한 이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
오생근 문학평론가·최동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