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통도사 용화전(경남유형문화재 제204호)에서 삼장법사 현장 스님과 손오공의 이야기를 다룬 '서유기'를 그린 18세기 후반의 벽화가 나왔다. 중국 명나라의 오승은이 쓴 서유기를 다룬 사찰 벽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성보문화재연구원(원장 범하 스님)은 9일 "통도사 용화전의 벽화 중 단순히 인연 설화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7점이 '서유기'의 내용을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보문화재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한국의 사찰벽화(경상남도 1편)'을 발간했다.
서유기는 중국 명나라의 오승은이 쓴 소설로 모두 100회로 구성돼 있다. 통도사에서 나온 벽화는 이중 12, 81, 85, 87 94회를 묘사했으며 12회는 세 장면으로 나눠 그렸다.
12회는 당 태종이 승려들을 초청해 수륙재(水陸齋·물과 육지를 홀로 떠도는 귀신에 공양하는 재)를 주관할 고승으로 현장 스님을 뽑는 의식을 그렸으며, 87회는 하늘을 모독한 최로 가뭄에 든 천축(인도의 옛 이름) 변방의 봉선군(鳳僊郡)에게 비를 내리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손오공이 옥황상제를 만나는 장면이다. 요괴에게 잡혀간 현장 스님을 찾던 손오공이 삼두육비(三頭六臂)의 괴물로 변해 광분하는 81회도 묘사됐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