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꼬부랑 할머니! 누구한테 절하세요?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꼬부랑꼬부랑 할머니/김기택 글·염혜원 그림/36쪽·1만 원/비룡소(5세∼초등1년)

시인의 언어 부리는 솜씨가 여간 맛깔스러운 게 아니다. 섬세한 시어 감각이 일품인 김기택 시인이 들려주는 ‘허리가 꼬부랑 굽은 할머니’ 이야기다. 할아버지 병이 낫게 해달라고 새벽마다 절하다가 허리가 꼬부라진 채 펴지지 않게 된 할머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할아버지가 정말 건강해졌다. 너무 신이 난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선다.

이웃 사는 젊은 새댁에게, 코흘리개 꼬마들에게, 길가의 코스모스와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향해 공손하게 절하는 할머니. 하늘하늘 춤추는 꽃들, 살랑살랑 다가오는 가을바람, 기분 좋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빨래…. 따라 읽다 보면 단어가 입에 착착 감기면서 어깨춤이 절로 난다.

그 문장들에 담긴 주제 의식이 묵직하다. 꼬부랑 할머니의 꼬불꼬불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니 주변엔 감사한 일들뿐임을 알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수다도, 저녁밥을 만들어주는 아궁이 불과 끓는 솥도 기꺼이 허리 굽혀 절하고 싶을 만큼 감사하다는 것을 시인은 일깨워준다.

사람도, 동물도, 무심히 지나쳤던 작고 사소한 사물도 시인의 눈을 통해 보니 그렇게 고마운 존재일 수 없다. 일상의 소중함을, 겸허한 마음의 중요함을 시인은 자분자분 일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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