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선박들의 항해용 지도인 해도(海圖)의 상당수에 우리나라 동해뿐 아니라 남해 인근 지역까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는 세계 선박의 90% 정도가 해당 지역을 일본해로 표기한 영국수로국(UKHO)의 해도인 ‘BA 차트(British Admiralty Navigational Chart)’나 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해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종이해도뿐만 아니라 선박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보는 전자해도 역시 남해 일부와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전자해도 제작사인 제프슨마린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한국해양조사원이 제프슨마린 본사와 지도 공급 계약을 하지 못했지만 일본은 계약하고 있어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지사에서는 본사에 수정을 요청해 일본해와 동해가 병기된 지도를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적 선박보다 외국계 선박이 더 많기 때문에 일본해로 표기된 해도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실정이다.
국내 해도를 제작하는 한국해양조사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조사원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이 문제를 파악하고 UKHO에 꾸준히 공문을 보내는 등 수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며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인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도에 동해가 빠지고 일본해로 명시돼 있는 사실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반크도 곧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를 위한 활동에 나서겠지만 정부는 물론 전 국민과 교포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태권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도에 우리 바다까지도 일본해로 표기돼 있어 외국인들이 동해와 일본해를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다”며 “흥분해서 허술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국제수로기구(IHO) 등을 통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꾸준히 실천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