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 ‘데미안’ 등 성장소설 인기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변신이야기’서 ‘홍길동’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년간 200권 발간

“청소년에도 적합” 판매 영향 끼쳐

英- 美작품 전체의 37%나 차지

셰익스피어 - 헤세 作6권씩 소개

자아 찾기의 진지한 도정을 보여준 독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대영제국의 문화적 자긍심이었던 셰익스피어의 ‘햄릿’….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접했던 세계의 고전문학은 국내에서 어떻게 향유되고 있을까.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로 시작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이달 19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 출간과 함께 총 200권에 이르렀다. 이 시리즈는 11년여 간 총 600만 부가 판매되며 국내 출판계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민음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미국 작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195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년인 홀든 콜필드가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뒤 뉴욕 거리를 방황하면서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눈을 떠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강우성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이 작품이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청소년이 어른들의 세상에 진입하는 과정을 그려낸 대표적 성장소설이기 때문”이라며 “중고교생이 읽기에도 좋고 논술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것도 판매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의뢰해 1998∼2008년 세계문학전집 판매를 조사한 결과 ‘호밀밭의 파수꾼’ 외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무순) 등이 판매 톱10으로 꼽혔다.

‘세계문학전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헤르만 헤세(각 6권)였으며 괴테(5권), 도리스 레싱(4권)이 뒤를 이었다. 귄터 그라스, 서머싯 몸, 조지 오웰, D H 로런스, F 스콧 피츠제럴드(각 3권)도 다수의 작품이 소개됐다.

나라별로는 영미문학 작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160종 중 영국 작품이 33종, 미국이 26종으로 전체의 36.9%를 차지했다. 독일(15.6%) 프랑스(14.4%) 러시아(6.9%) 작품이 뒤를 이었다. 이들 5개국 작품이 전체의 73.8%를 차지하는 편중 현상도 보였다.

이들 나라 외에 아시아 중남미의 작품이 본격 소개된 시점은 2000년대 이후다.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이그의 ‘거미여인의 키스’(2000년)를 비롯해 2008년까지 모두 29종에 이르고 있다. 한국문학은 구운몽 홍길동전을 포함해 모두 9종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2세기 동안 세계를 주도한 유럽과 미국의 문학 작품에 대해서는 정리와 선정이 잘됐지만 타 지역의 문학에 대해선 문학 해석의 전통과 역사적 고찰이 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작품의 창작 연도는 1900년대 작품(110권)이 가장 많아 주로 20세기 고전이 활발히 소개됐고 1600∼1800년대(42권) 작품이 뒤를 이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세계문학전집은 저작권 개념이 확립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최초의 문학전집이자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끌어낸 시리즈”라며 “여러 세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권의 책을 200권이나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손덕호(26·고려대 사학과 3년) 유지영(25·호주 멜버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제3세계 작품으로 차별화”▼

대산-을유 등 후발주자들 “유럽-美 편중 벗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외에도 국내에는 다양한 고전문학 전집이 출간되고 있다.

1987년 헤밍웨이 ‘무기여 잘있거라’로 시작해 총 146권까지 출간된 범우문고의 경우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흡사한 지표를 보여준다.

독일문학 작품이 전체 23.2%로 비중이 높은 편이며 영국(15.2%), 미국(15.2%) 작품이 뒤를 잇는다. 가장 많은 작품이 소개된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6권)였고 셰익스피어(5권), 도스토옙스키, 제인 오스틴, 헤르만 헤세(각 4권)의 작품이 소개됐다.

2001년부터 총 80권까지 출간한 대산세계문학총서는 몽골, 유고슬라비아 등 제3세계 문학작품의 소개 비중이 전체의 49.2%로 월등히 높았다. 중국, 일본 문학 등 아시아권 고전도 많았다.

지난해부터 세계문학 전집을 시작한 펭귄클래식과 을유세계문학전집 역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레드클리프 홀, 진 리스, 마누엘 푸이그 등의 작품을 번역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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