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는 이런 노래가 뜬다

  • 입력 2009년 1월 19일 18시 10분


불황의 여파로 가요계에 복고와 포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반복성 높은 댄스가요의 독주"(임진모 음악평론가)가 대세였다면, 올해는 포크 음악과 같은 멜로디 라인이 강하고 서정성 짙은 음악이 환영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1980~90년대에 인기를 누린 '추억의 가수'가 돌아오고 가족의 정을 담은 노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 '자기 치유'의 서정 포크

최근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5월 나온 이들의 음반은 지난해 말 인기를 끌더니 올해 1만 장선을 넘었다. 이들이 내세운 음악은 '포크 록'.

올해 초 포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포크 밴드 '시인과 촌장'을 떠올리게 하는 가수 이장혁이 최근 2집을 냈고, 포크 듀오 '재주소년'도 16일 3년 만에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선보였다.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 계열의 한희정이나 '루싸이트 토끼' '하찌와 TJ'도 모두 유사한 장르로 분류된다.

포크가 다시 관심을 받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양희은 송창식 등이 수놓았던 포크에 대한 향수와,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질려 새로운 스타일의 '잔잔한' 음악을 듣고 싶은 팬들의 욕구가 맞물렸다. 불황으로 인해 청년 문화에 '루저(loser·패배자)' 정서가 퍼지면서, 신나고 경쾌한 리듬보다 '자기 치유'적인 서정성에 기대는 팬들이 늘어난 것이다.

리규영 루비살롱 레코드 대표는 "최근 포크를 비롯해 1970, 80년대의 정서가 담긴 한국적 음악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처럼 서정성 짙은 음악들은 불황으로 인해 지친 이들에게 편안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복고와 가족

불황에 주목받는 또 다른 문화 코드는 '복고'와 '가족'이다. 문화평론가인 김용희 평택대 교수는 "현재가 막막하고 미래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곱씹는 경우가 많고, 험난한 현식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울타리는 결국 가족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요계도 최근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에 아이콘이었던 '왕년의 가수'들이 올해 복귀하기 시작한 게 그 사례 중 하나다. 2002년 정규 10집을 발표한 뒤 침묵에 들어갔던 강수지는 6일 예전에 '황금 콤비'로 불렸던 윤상의 곡을 받아 디지털 싱글 앨범을 냈다. 윤상과의 작업은 1995년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1980, 90년 '언니부대'를 이끌던 이선희도 곧 새 앨범을 낼 예정이다. 데뷔 25주년을 맞는 이선희가 새음반을 내는 것은 2005년 13집 이후 4년 만이다. 1989년 '사랑은 유리같은 것'으로 인기를 끌었던 원준희도 지난해 첫 싱글에 이어 14일 두 번째 싱글 '리턴 파트 투'를 선보였다.

최근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신곡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12일 나온 바비 킴의 스페셜 앨범 '러브 챕터 원'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마마'가, 7일 발매한 소녀시대의 미니앨범에도 '디어 맘'이란 곡이 있다. 지난해 말 낸 윤종신의 앨범에는 아들 라익을 위한 곡 '오 마이 베이비'가 수록됐다.

임진모 평론가는 "한국 대중음악계는 불황 때마다 멜로디 라인이 살아있는 음악과 복고 감성을 담은 노래들이 확산됐다"며 "올해도 불황이 지속되는 한 이런 음악들이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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