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식장에서 무국적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무국적 독립유공자는 부재 이상설, 노은 김규식 선생, 여천 홍범도 장군 등 300여 명으로 이 중 독립유공자 50여 명의 후손들이 4월 기념식에서 가족관계등록부를 전달받는다.
이들이 정부 수립 60년이 지나도록 호적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일제의 호적제도를 거부했거나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벌였기 때문. 일제는 1912년 '조선민사령'을 제정하고 호적제를 개편하면서 호주(戶主)와 가족사항을 새로 신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채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은 '식민통치를 인정할 수 없고 일제의 호적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며 끝까지 호적 등재를 거부했다. 이들 중 다수는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벌이다 광복 전에 타계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정부는 일제 때 만들어진 호적에 이름이 오른 사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했고, 이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300여 명은 지금까지 법적 효력을 가진 호적도, 국적도 없는 신세가 됐다.
호적제 폐지에 따라 지난해 시행된 가족관계등록부도 생존자를 기준으로 작성돼 옛 호적법상 호적이 없는 독립유공자는 가족관계 등록을 할 수 없었다. 이후 각계에서 일제에 항거한 독립유공 영령들이 '뿌리'없이 떠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무호적 독립운동가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무국적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수 있다. 후손이 없는 유공자는 보훈처장의 이름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