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풍속 이야기 20선]<1>한국세시풍속1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한국세시풍속 1/김명자 지음/민속원

《“세시풍속은 전국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지역별 차이가 없이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마을의 성격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가 나타난다.”》

‘나무 장가 보내기’-‘장꽁’ 아시나요

이 책은 민속학자인 저자가 1970, 80년대 농촌 분위기가 물씬했던 서울 송파지역, 장승마을로 알려진 경기 광주시 엄미리 등 전국 민속현장을 찾아다니며 현지 조사한 자료들을 정리해 엮은 것이다.

저자는 같은 현장을 몇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찾으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녹취, 촬영을 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을의 현황, 생업, 문화적 배경 등과 함께 각 달의 고유한 세시풍속을 정리했다. 설날에 이뤄지는 차례, 세배와 덕담이나 정월 대보름의 더위팔기, 달맞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시풍속들 외에도 각 지역만의 특색 있는 풍속이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풍속들의 면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불과 20∼30년 전이지만 사진 속 풍경이나 다양한 세시풍속에 관한 설명에서 현재 문화적 환경과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저자가 현지 조사를 한 1970년대 서울 강동구 석촌동(1981년 기준) 마을은 탈놀이, 송파산대놀이 등이 전승되고 있는 지역이다.

1970년대 말부터 송파 전역에 큰길이 나고 아파트, 주택 등이 들어서며 도시화됐지만 저자의 조사가 마지막으로 이뤄졌던 1981년까지만 해도 전 지역의 40%가 농사짓는 지역일 만큼 농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속 중에는 당시에도 사라지고 없어 나이든 주민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는 것도 많다. ‘원일소발’은 머리를 빗을 때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뒀다가 정월 초하룻날 태우는 풍속인데 잡귀를 쫓기 위한 것이었다. 정월 대보름에 하는 ‘장꽁’은 박달나무로 만든 주먹만 한 나무토막을 길에 놓고 사람을 향해 막대기로 치는 놀이. 규칙 없이 무지막지하게 치며 상대편 집까지 쫓아가 항복을 받으면 끝나는데 남의 집 장독을 치는 사고가 빈번했다고 한다. 모두 지금은 사라진 풍속이다.

경북 예천군의 골마을은 예천읍 외곽에 있는 농촌이다. 저자가 1982년에 현장 탐사한 이곳에서는 2월 초하루면 하늘에 있는 영둥할마이(영등할머니)가 지상에 내려온다고 믿는다. 며느리를 데려오면 비가 내리고 딸을 데려오면 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이때 주부들은 새벽 일찍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평안과 풍작을 빈다. 이 물은 인적 없는 새벽 우물가에서 떠오는데 가장 먼저 뜨는 물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잠을 설치며 첫새벽부터 물을 뜨러 우물에 간다고 한다.

7월 열사흗날은 ‘풋굿날’이라고 해서 풍농을 기원하는 마을 잔치가 벌어진다. 이날은 마을에 있는 우물의 물을 퍼내서 깨끗이 치우는데 우물이 깨끗해지는 것은 물론 마을의 운수도 좋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물 주변에 있는 나무에 떡 밥 과일 등 제물을 장만해 와 아이의 장수를 빌기도 한다.

산촌인 강원 원주시의 금대리 일론마을은 정월 보름날 아침 ‘나무 장개(장가) 보내기’ 풍습이 있다. “가지 가지 열어라” “눈 눈 열어라”라고 주언(呪言)을 한 뒤 두 가지 사이에 돌멩이를 넣는다. 그리고 숟가락에 밥을 떠서 나무 앞에 놓고 먹이는 시늉을 하면 그해 과일 열매가 탐스럽고 풍성하게 열린다고 한다. 과수가 적어지며 이런 풍속도 사라졌다.

오랜 연구의 결실을 정리한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지역마다 다채로운 세시풍속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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