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고)는 외롭다는 뜻이니 孤立(고립), 孤獨(고독)이란 말이 모두 이 글자를 사용한다. 不孤(불고)는 외롭지 않다는 말이다. 必(필)은 ‘반드시 ∼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이 글자는 본래 창날을 자루에 장착하는 부분을 나타냈다. 지금은 木부에 必자를 쓰는 글자가 따로 있다. 必을 ‘반드시’의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假借(가차)의 용법이다. 有(유)는 ‘∼이 있다’는 말이다. 隣(린)은 본래는 신성한 장소를 나타냈으나 이웃이란 뜻으로 바뀌었다. (린,인)으로도 적지만 뒷날 만들어진 글자다.
學而(학이)편에서 공자는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다. 또 옛 성인 舜(순)은 한곳에 정착하길 세 해 만에 도읍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周易(주역)’ 乾卦(건괘) 文言傳(문언전)에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기질이 같은 사람은 서로 찾는다”는 뜻의 ‘同聲相應(동성상응), 同氣相求(동기상구)’라는 구절이 있다. 같은 덕의 사람은 서로 응한다는 同德相應(동덕상응)의 사실을 말한다. ‘史記(사기)’ 伯夷列傳(백이열전)에서 司馬遷(사마천)은 이념 때문에 외롭게 죽어간 백이와 숙제를 조문하면서 그 점을 강조했다.
한편 ‘주역’ 坤卦(곤괘) ‘문언전’에 “군자는 敬(경)으로써 안(마음)을 곧게 하고 義(의)로써 바깥(일)을 바르게 하므로 敬과 義가 확립되어 德이 외롭지 않다”라고 해서 역시 ‘德不孤(덕불고)’가 나온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敬과 義의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음을 뜻하므로 里仁편과 다르다고 했다. 정약용은 敬과 義를 확립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풀이해서 둘이 통한다고 보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