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달항아리. 비정형의 형태미를 자랑하는 조선백자대호의 뽀얀 살결과 넉넉한 생김새가 보름달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갤러리 현대 강남이 2월 10일까지 새해 첫 전시로 ‘황가와 달항아리’전을 열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보기에 맞춤한 전시다.
도상봉과 김환기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달항아리를 ‘배부르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 평생 꽃과 백자를 즐겨 그린 도상봉. 그의 달항아리에서는 유백색 조선백자가 지닌 고유의 부드럽고 온화한 정취가 물씬 살아난다. 자신이 수집한 백자를 현대적 이미지로 표현한 김환기는 말했다. “미에 대한 개안이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되어 조형과 미와 민족을 도자기에서 배웠으며, 나의 교과서는 도자기일지도 모른다.” 그가 그려낸 백자는 무욕의 아름다움을 간결한 선으로 잡아낸다.
외형보다 그 안에 흐르는 단아한 감성을 파고든 구본창의 조선백자 사진을 비롯해 고영훈 강익중 김덕용 정광호의 평면과 입체 작품도 출품된다. 특히 도예가 한익환 박부원 권대섭 박영숙 신철 등 달항아리의 맥을 잇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 것은 투박한 아름다움, 어떤 것은 기품 있는 고고함이 돋보이는 달항아리. 그 단순한 형태 속에 이렇듯 오묘한 멋이 숨어 있음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02-519-08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