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명절에도 안입는 한복, 나라 밖에서 알아줄까

  • 입력 2009년 1월 20일 03시 00분


“한국은 외세 침략이 잦아서 여자들이 임신한 것처럼 꾸며 몸을 지켰다면서요? 한복의 (풍성한) 디자인은 그런 것을 배려한 것이라던데 사실인가요?”

한 유명 한복 디자이너는 최근 국내외 인사들이 참여하는 모임에 한복을 주제로 강연을 나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기업 사장 부인에게서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았던 것. 하지만 질문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천진한 얼굴이었다.

이 디자이너는 “나중에 알고 보니 외국인들은 한복을 처음 접할 때 이런 식의 얘기를 한 번쯤 들어봤다더라”며 “한복이 잘못 알려지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 유튜브 등 해외 주요 사이트에서 ‘한복’을 검색해 보니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는 블로그와 게시판이 적지 않았다.

‘한복 디자인이 펑퍼짐한 이유는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때문’이라는 해석부터 ‘한복의 긴 치마는 이슬람권 여성들의 (얼굴을 가리는) 스카프와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이런 오해는 비단 일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1993년 파리 패션쇼에 참가한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작품을 프랑스 언론들이 ‘기모노 코레(한국의 기모노)’라고 잘못 표현한 것은 한복업계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실제로 한복을 접해 본 외국인들은 한복의 기품 있는 아름다움에 크게 놀란다. ‘우아하다, 색감이 곱다, 천의 패턴이 인상적이다, 편안하다…’ 등 호평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샤넬, 구찌, 지방시 등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도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잘못된 정보는 한복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3년 전 한복 등 6가지 전통 분야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韓)스타일’로 키우겠다고 야심 찬 발표를 했지만, 실제로는 한복 박람회나 패션쇼 같은 일회성 행사 개최에 그치고 있다. 민간이나 정부나 모두 우리의 소중한 가치에 무신경한 모습이다.

더구나 요즘은 명절이 돼도 한복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조차도 멀리하고 홀대하는 옷을 밖에서 알아주고 인정해 줄 리가 없다. 설을 앞둔 요즘, 정성 들여 지어 입은 고운 한복 차림이 몹시 그립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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