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정서, 脫도시 포크로 표현했죠”

  • 입력 2009년 1월 20일 03시 00분


미니앨범으로 3년 만에 돌아온 ‘재주소년’의 유상봉(왼쪽) 박경환. 2월 7, 8일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사진 제공 파스텔뮤직
미니앨범으로 3년 만에 돌아온 ‘재주소년’의 유상봉(왼쪽) 박경환. 2월 7, 8일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사진 제공 파스텔뮤직
‘쓸쓸한 전화박스 옆에 서서 오래 바라본 사랑도/무덤덤해지듯 그녀의 등 뒤로 저무는 겨울 해/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그저 평범한 구름뿐/여름내 감춰두었던 새의 둥지를 드러낸 겨울나무.’(‘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에서)

누구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룹 ‘어떤 날’을 떠올린다. 또 누구는 조규찬이 속했던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을 얘기한다. 둘 다 1980, 90년대 포크 정서가 가득했던 팀이란 점에서 유상봉 박경환으로 구성된 ‘재주소년’은 그들과 연결선상에 있다. 16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들도 “비교하는 게 고마울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은 선배들”이라고 말했다.

포크 듀엣 ‘재주소년’이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내며 돌아왔다. 2005년 3집 ‘꿈의 일부’를 내놓고 군대에 다녀온 뒤 만 3년 만이다. “의식적으로 1집 때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도시적 포크’를 표방했던 2, 3집을 하며 뭔가를 잃어버린 아쉬움을 느끼곤 했어요. 군대에 있으며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공기도 다르고 하늘도 다른 시골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였다고나 할까…. 우리의 본질은 ‘포크’에 있단 걸 깨달았죠.”(박경환)

이들의 의식적 회귀는 시를 연상케 하는 가사부터 잔잔하고 차분한 음색, 어쿠스틱 기타 외 다른 악기를 배제한 구성으로 이뤄졌다. 유상봉은 “먼저 들은 팬이 인터넷에서 ‘한국 포크를 되살렸다’는 평을 해줬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포크의 명맥을 이을 책임을 피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재주소년은 한 가지 더하고 싶은 게 있다. 제주도가 연상되는 이름처럼, 자신들의 음악에서 ‘섬의 정서’가 묻어나길 바란다. 자란 곳은 서울이지만 제주도 내 대학(박경환은 제주대, 유상봉은 한라대)으로 진학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경환은 “섬이 가진 갇혀 있음과 자유로움이 어우러지는 정서는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희망을 떠올리고 싶은 우리 음악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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