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룹 ‘어떤 날’을 떠올린다. 또 누구는 조규찬이 속했던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을 얘기한다. 둘 다 1980, 90년대 포크 정서가 가득했던 팀이란 점에서 유상봉 박경환으로 구성된 ‘재주소년’은 그들과 연결선상에 있다. 16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들도 “비교하는 게 고마울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은 선배들”이라고 말했다.
포크 듀엣 ‘재주소년’이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내며 돌아왔다. 2005년 3집 ‘꿈의 일부’를 내놓고 군대에 다녀온 뒤 만 3년 만이다. “의식적으로 1집 때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도시적 포크’를 표방했던 2, 3집을 하며 뭔가를 잃어버린 아쉬움을 느끼곤 했어요. 군대에 있으며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공기도 다르고 하늘도 다른 시골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였다고나 할까…. 우리의 본질은 ‘포크’에 있단 걸 깨달았죠.”(박경환)
이들의 의식적 회귀는 시를 연상케 하는 가사부터 잔잔하고 차분한 음색, 어쿠스틱 기타 외 다른 악기를 배제한 구성으로 이뤄졌다. 유상봉은 “먼저 들은 팬이 인터넷에서 ‘한국 포크를 되살렸다’는 평을 해줬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포크의 명맥을 이을 책임을 피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재주소년은 한 가지 더하고 싶은 게 있다. 제주도가 연상되는 이름처럼, 자신들의 음악에서 ‘섬의 정서’가 묻어나길 바란다. 자란 곳은 서울이지만 제주도 내 대학(박경환은 제주대, 유상봉은 한라대)으로 진학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경환은 “섬이 가진 갇혀 있음과 자유로움이 어우러지는 정서는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희망을 떠올리고 싶은 우리 음악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