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46·사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에 낭만적인 ‘환상’은 없다. 대신 청소년들이 생활에서 부딪치는 ‘진짜’ 문제들이 녹아 있다.
등단 18년을 맞은 중견작가로 첫 청소년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창비)를 펴낸 공 씨는 “청소년들이 대학입시에 시달리며 생활과 유리되고 이 시기에 누릴 수 있는 빛나는 경험들을 모두 놓쳐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들에게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 엄연한 현실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지만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주변의 이웃들뿐 아니라 파견근로, 비정규직 등 사회 문제와도 얽혀 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힘센 봉숭아’의 주인공은 파견근로자인 엄마, 실직자인 아버지를 보며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로까지 의식을 확장해간다.
이들의 뭉클한 성장기 가운데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청소년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처해 있거나 관심을 둘 법한 일들, 청소년들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뤘지만 사람들 마음속에는 다 청소년이 있다”며 “새로운 경험을 맘껏 누리고 무한히 꿈꿀 수 있는 그 시절은 참 사랑스러운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누구보다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이들이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을 꾸준히 써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