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 부족한 ‘색깔’…뮤지컬 ‘렌트’ 6번째 한국공연

  • 입력 2009년 1월 29일 02시 58분


에이즈로 죽기 전 명곡을 남기고 싶어 하는 로커 로저, 에이즈 환자이자 마약 중독 댄서 미미, 거리의 드러머이자 트랜스젠더인 엔젤….

당장 내일 내야 할 집세(rent)도 없이 오늘을 사는 청춘을 그린 뮤지컬 ‘렌트’(사진)는 1996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될 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약 동성애 트랜스젠더 에이즈 등 마주하기 싫은 미국 청춘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했기 때문이다. ‘렌트’는 이후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지난해 5124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월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렌트’는 6번째 한국 공연이다. 2000년 남경주(로저) 최정원(미미) 씨의 주연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으며 조승우 씨가 로저 역을 맡았던 2007년에는 티켓이 판매 20분 만에 매진됐다. 이건명 쏘냐 정선아 성기윤 김호영 씨 등 뛰어난 배우들의 등용문이 되기도 했다.

이번 ‘렌트’는 7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신인 배우들을 내세웠다. 그런 까닭에 신인의 생기가 기대됐으나 이번 공연은 이전 작품을 반복하는 데 머물렀다. 새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쟁쟁한 선배들의 역할에 도전했으나 남경주나 이건명의 ‘렌트’라고 불릴 만큼 자기 색을 선명하게 내지 못했다. ‘렌트’가 만들어낸 신화와 후광이 오히려 부담이 됐을 듯하다.

더구나 동성애 마약 에이즈 같은 소재도 이제는 다른 작품에서도 흔한 이야깃거리가 됐기 때문에 그로 인한 충격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좋은 음악은 여전히 귀에 남는다. 2부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합창곡 ‘시즌스 오브 러브’에서는 중간에 솔로를 맡은 여자 출연자가 흑인 솔의 창법을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배우 이력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최재림 씨는 듬직한 콜린을 제대로 소화해내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연기가 노래에 묻힌 데다 지나치게 큰 볼륨도 작품에의 몰입을 방해했다. 에이즈에 걸린 로커 로저(유승현)는 고뇌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한 듯했다. 2월 8일까지 4만∼6만 원. 1544-1555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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