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날인 23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은 오후 11시까지 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있었다. 대학교수와 감정평가사, 가정주부, 음식 배달원 등 지역 주민 9명으로 구성된 극단 ‘무말랭이’가 첫 무대에 올릴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연습이 한창이었다. 극단 이름에는 현재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 같지만 연극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겠다는 것이 단원들의 각오가 담겨 있다.
이들은 2월 7일 문을 여는 성미산마을극장 개관기념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는 공연(3월 27∼29일)을 준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작품의 주인공이자 마을극장 대표인 유창복(49) 씨는 “직장 때문에 일주일에 두 차례 연습하러 오기도 벅차지만 아무개네 아빠가 연극한다고 소문났으니 망신 안 당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미산마을은 15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시작해 2500가구가 참여하는 생활협동조합과 초중고교 12년 과정의 대안학교를 공동운영하는 도심형 마을공동체다.
마을극장은 시민단체 4곳이 이 마을에 공동건물을 짓고 들어오면서 주민들을 위해 지하에 100석 규모의 극장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한 덕분에 마련됐다. 주민들도 조명 음향 무대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숟가락프로젝트’라는 모금운동을 벌여 1200만 원을 모았다. 단순히 마을회관이 아니라 진짜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사단법인 ‘사랑과 마을’을 구성해 극장운영에 나섰다.
개관기념 페스티벌은 2월 7일부터 52일간 펼쳐진다. 영상모임인 ‘물수제비 뜨는 네모’를 비롯한 사진동호회, 풍물패 등 문화동아리들의 작품 발표가 이어진다. 가수 장필순 윤미진의 전야콘서트와 성미산마을을 무대로 촬영돼 2009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어떤 개인 날’의 월드 프리미어도 마련된다. 문의 02-322-0345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임지현(22·서울대 사회교육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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