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첫 경험 묻고 답하며…” 연극 ‘마이퍼스트타임’

  • 입력 2009년 1월 29일 02시 58분


‘첫경험’이란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관객과 배우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극을 완성해가는 형식이 흥미로운 ‘마이퍼스트타임’. 사진 제공 뉴벤처엔터테인먼트
‘첫경험’이란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관객과 배우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극을 완성해가는 형식이 흥미로운 ‘마이퍼스트타임’. 사진 제공 뉴벤처엔터테인먼트
연극이 시작하기 전 관객은 푸른색 설문지를 받는다. ‘첫 경험’을 한 나이와 장소를 묻고 상대의 이름을 묻는다. 급기야 그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면 하고 싶은 말까지.

관객은 킬킬거리며 이 대담한 설문지를 적어 내려간다. 때로는 함께 온 애인의 눈치를 보면서, 때로는 친구들과 속삭이며.

공연 직전에 수거돼 중간중간에 공개되는 설문 내용은 공연을 맛깔 나게 버무리는 양념이다. 첫 성경험을 하는 한국인의 평균 나이가 19.8세인데 오늘 온 관객의 평균은 21.4세라든가, 상대의 이름은커녕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폭소가 터진다.

첫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에는 ‘너 정말 작더라’ ‘나 다음 달 시집간다. 결혼식에 꼭 와라’는 폭탄발언까지 등장한다. 이에 화답하듯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탤런트 최정윤, 아이돌 스타 출신 강성민 씨 등 출연 배우들도 첫 경험 상대의 이름을 살짝 공개한다.

4명의 남녀 배우가 웹 사이트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4만 개의 사례에서 추출한 18편의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연극 ‘마이퍼스트타임’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관객들이 배우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여성 성기를 소재로 성(性)에 대한 직설적인 이야기를 독백 형태로 펼친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빗대 말하자면 ‘버자이너 다이얼로그’쯤이라고 할까.

2007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공연해온 이 작품의 내용은 그만큼 표현의 수위가 높다. 강간, 근친상간, 동성애의 첫 경험까지 적나라하게 나온다. ‘달빛에 적시기보다 햇빛에 빨아 너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다는 미국적 발상이 깔려있다.

그러나 첫 경험이 꼭 콜라처럼 자극적이기에 오래 기억되는 걸까. 달콤한 기대와 씁쓸한 실망이 교차하면서 빚어지는 그 미묘한 정서가 달빛 아래서 더 곰삭은 맛을 낼 때도 있지 않을까. 성에 대한 각종 통계자료를 인용하는 것에도 뉴욕 출신 영화감독 우디 앨런에게서 발견되는 조숙한 아이의 뜻밖의 순진함이 묻어난다. 정체불명의 Y담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성적 경험에 대한 그 많은 통계와 경험담을 과연 있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김동연 연출. 3월 31일까지 대학로예술마당. 2만5000원. 1544-168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영상제공 = 뉴벤처엔터테인먼트


▲영상제공 = 뉴벤처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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