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영화 효과’에 기대를 걸 만한 문학 작품이 많아 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다. 29일 같은 이름의 독일 판타지문학을 원작으로 한 영화 ‘잉크하트’의 개봉을 시작으로 소설을 영화로 만든 할리우드 대작들이 국내에서 잇달아 개봉된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선정한 2009년 기대작이자 영화정보 사이트 무비폰(moviefone.com)에서 올해 기대작 1위로 꼽힌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문학수첩에서 이미 책으로 나온 상태다. 문학수첩 측은 영화가 개봉되면 평소 1.5배 정도로 판매율이 상승한다고 한다. ‘다빈치 코드’에 이어 출간됐던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도 올해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5월 개봉된다. 380만 부가 판매됐던 전작에 비해 이 책은 국내에서 20만 부 판매에 그쳤지만 출판사 측은 영화 개봉을 통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파울루 코엘류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후속작 ‘뉴문’ 등 원작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거나 영화화 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작품들도 줄줄이 개봉된다. 열림원 한소원 팀장은 “감독이나 배우로 영화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면 독자들이 원작을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키려 한다”며 “이미 출간됐던 원작소설도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하기 쉽다”고 말했다.
원작자의 명성이나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국내에서 판매가 부진했던 문학작품들도 영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독일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 주는 남자’는 나치 치하 강제수용소 경비원으로 지낸 여인의 삶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미국 내에서는 100만 부를 넘어섰지만 국내 반응은 미미했다. 2004년 세계사에서 이레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간 뒤에도 1만∼2만 부 판매에 그쳤다. 출판사 측은 스티븐 달드리 감독, 케이트 윈즐릿이 주연한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의 3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바꿔 재출간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미국작가 리처드 예이츠의 ‘레볼루셔너리 로드’(노블마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케이트 윈즐릿 주연의 영화 개봉(2월 19일)에 맞춰 출간일을 31일로 정하고 영화 이미지로 띠지를 만들었다. 평단에서는 존 업다이크 등에 비견됐지만 영화 개봉 전까지는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작가다. 채영희 노블마인 대표는 “작품성에 비해 평가절하됐던 작가가 작품의 영화화를 통해 다시 발굴되기도 한다”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동명 영화의 2월 개봉을 앞두고 노블마인, 문학동네, 펭귄클래식 등 세 군데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황금가지 김준혁 부장은 “소설 원작의 영화 개봉은 무게감 있는 문학작품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원작 소설들이 출판계 불황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일본의 대형 출판사들은 영상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영화화 정보를 수집해 출판전략을 세우기도 한다”며 “영화 원작 효과를 노린 출판사들의 중복투자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막기 힘든 추세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