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와인을 찾아서④… 10만원대 풍요와 2만원대 행복

  • 입력 2009년 1월 29일 08시 03분


○1865 리미티드 에디션(1865 Limited Edition)

향은 강하지 않지만 선명한 루비 레드 컬러 액체가 산미를 풍기며 입 안으로 들어오고, 목을 타고 내려갈 때도 ‘쏴아∼’하게 퍼진다. 아주 기분 좋은 산미다. ‘1865’도 좋지만 리미티드 에디션은 확실히 더욱 고급스런 맛이다. 하기야 한정 생산인데 어련하겠냐. 구조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와인전문가 안준범 씨는 “칠레 와인의 느낌이 확 난다. 칠레 와인은 떫은 맛에서 주는 단 느낌이 있는 데 고스란히 잘 느껴진다. 하지만 향이 강하지는 않고, 입 안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칠레 와인이 알코올 도수가 지나친 편이라면 이 와인은 적당히 균형감이 있다. 잘 만들어진 와인이다”고 평가했다.

1865 리미티드 에디션 2006은 처녀 빈티지로 희소성이 높다.

국내에는 1000 케이스만 수입될 예정. 생산회사인 산 페드로는 ‘1865’보다 더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1997년 안데스 산맥 밑자락에 위치한 카차포알 밸리에 포도원을 조성했고, 이곳에서 자란 쉬라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딩해 탄생한 작품이 바로 1865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참고로 1865의 이름은 산 페드로의 설립연도에서 따왔다.

국내에서는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의 ‘18홀을 65타에’라는 골프 마케팅으로 인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산 페드로가 에티켓을 한국용으로 따로 제작해 만들기도 했다.

○그랑 마레농(Grand Marrenon)

저가 와인인데도 입 안을 가득 채워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매끄러운 바디에 드라이하면서 적당한 산미가 마음을 금새 풍요롭게 한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굴뚝이 딸린 시골집 부엌에서 갓 끓인 스프에 바게트를 찍어 먹으며 곁들여도 좋을 것 같은 소박한 행복을 선사한다.

레스토랑 가든 플레이스의 김용희 소믈리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알코올이 높은 편인데도 그르나슈가 유연하게 만들어 마시는데 부담 없다.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골격이 느껴진다. 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거칠지 않다. 여성들도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와인 전문지 ‘기다셋 데 뱅(Guide Hachette des Vins)’이 3만5000종의 프랑스 와인을 대상으로 벌인 테이스팅에서 상위 0.8%에만 부여하는 ‘3 star’등급을 받아 가격 대비 탁월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생산회사인 ‘셀리에 드 마레농’은 프랑스 남동부 꼬뜨 뒤 루베롱 지역의 와인 생산자 연합으로 36개 와이너리가 연합해 만들었다.

이 곳에서 생산한 와인은 중간 상인인 네고시앙을 거치지 않고 판매해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셀리에 드 마레농 측은 “짙은 빛깔과 완숙한 과일 풍미,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남프랑스 특유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참 꼬뜨 뒤 루베롱은 꼬뜨 뒤 론에 부속된 지역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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