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한국문화 키워드 찬사와 비판 사이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2000년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본격화된 한류는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한류관광으로 이어졌지만 최근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 중년 여성들의 참가가 많았던 2006년 11월 배우 송승헌 씨의 군 제대 기념 팬미팅 행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본격화된 한류는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한류관광으로 이어졌지만 최근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 중년 여성들의 참가가 많았던 2006년 11월 배우 송승헌 씨의 군 제대 기념 팬미팅 행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내달 2, 3일 태국서 국제 토론마당

“베트남서 ‘한드’는 정신적 식단”

“민족우월감 담긴 영웅사극 곤란”

《“한류는 동아시아에 친숙한 문화다.”

“동아시아 역사를 한국 취향으로 각색하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 키워드 중 하나인 한류(韓流)가 쇠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베트남과 싱가포르, 태국 등 동아시아 학자들이 한류를 논의하는 토론마당이 마련된다.

한국동남아학회와 AUN(ASEAN University Network)이 2월 2, 3일 태국 왕립 부라파대에서 공동 개최하는 ‘21세기 동아시아의 대중문화 형성: 혼종화(hybridization) 또는 아시안화(Asianization)’ 국제세미나다.

이 세미나에서는 한류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과 전망 등을 다룬 6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한국어 제대로 알릴 기회 못살려

싱가포르 등선 ‘中문화’로 인식

아시아 문화시장 장악위한 도구

다문화 포용하는 유연성 길러야”

베트남 호찌민 시 사회과학인문대의 응오티프엉티엔 교수는 ‘한국 드라마(영화)가 베트남 시청자(관객)에게 미친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10여 년 전 베트남 TV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정신적인 식단(spiritual menu)’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은 최근 베트남 제작자들이 표절 논란이 일 정도로 유사한 드라마를 만들 정도라고 했다. 베트남 소녀들이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선망하게 되면서 2001년 134건에 불과했던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은 2008년 초 모두 2만5000여 건으로 늘었다.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켈리 푸쑤인(박사과정) 씨는 싱가포르의 한류를 분석한 논문 ‘정치·이념적 영역이 배제된 미디어 이미지 영역: 싱가포르의 한류’에서 “싱가포르의 한류는 ‘한국적인 것’이라기보다 큰 틀의 중국문화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이 언어 장벽 때문에 홍콩과 대만에서 중국어로 더빙되거나 자막이 입혀져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중국 문화의 일부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 등에서 한류와 함께 해외에 한국어를 알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가 방영되면서 한류가 본격화됐는데도 8년 뒤에야 싱가포르국립대에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한국이 한국어를 알릴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해외 학자들 중에는 한류가 아시아 문화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우본랏 시리유와삭 태국 쭐랄롱꼰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문화산업과 아시아화: 새로운 ‘상상된’ 아시아 경제’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아시아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인데 이는 아시아 지역 간 문화산업 교류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한 현지화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류가 표방하는 ‘아시아의 얼굴(Asian Face)’에는 한국의 민족주의와 역사적인 거만함이 숨어 있다”며 “특히 ‘주몽’ 같은 역사 드라마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의 역사를 한국적인 입맛에 맞게 포장해 한국의 영웅신화를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심두보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스트 한류 시대를 대비하며’라는 논문에서 “한류는 품질이 높아진 한국 문화상품에 대해 국제시장이 호의적으로 반응한 데 따른 것인데도 정부의 정책적인 육성을 공개리에 강조함에 따라 외국의 반발을 키워 온 측면이 있다”며 정부 지원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그는 또 “‘민족’과 ‘우리’ 중심으로만 한류를 볼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어울리는 유연함이 중요하다”며 “한류를 위해서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류 관련 논문을 포함해 동아시아 대중문화를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조망한 논문 17편이 발표될 예정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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