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性과 출산, 별개인가 하나인가

  • 입력 2009년 1월 31일 02시 59분


◇ 성의 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피에르 주아네외 지음·김성희 옮김/198쪽·1만2000원·알마

성생활을 통해 아이를 갖고, 출산하고, 혈통을 잇는 것이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수정, ‘난자 내 정자 주입술(ICSI)’ 등을 통해 임신이 가능해진 상황은 이런 개념을 흔들고 있다.

이 책은 2002∼2003년 프랑스의 ‘콜레주 드 라 시테’라는 시민강좌에서 과학기술 시대의 성(性)과 출산, 혈통을 주제로 프랑스 학자 14명이 발표한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조르주 다비드 국립의학아카데미 명예교수는 ‘사회적 의지와 의학적 능력 사이’라는 글에서 출산을 둘러싸고 사회와 의학기술이 대립해온 역사를 조명한다.

18세기 말 인공수정을 다룬 논문이 처음 발표되고 이어 19세기 후속 논문들이 나왔지만 프랑스에서 정자 기증에 의한 출산이 합법이 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였다. 거의 200년 동안 인공수정 출산은 결혼과 가족, 사회 기초를 훼손시킨다는 비판 속에 불법의 그늘에 있었다.

남성불임의 경우도 의학적으로는 그리스 때부터 연구됐지만 사회는 불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다가 20세기에야 남성불임을 인정했다.

역사학자 앙드레 뷔르기에르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는 ‘오래전부터 방해받아온 자연 질서’라는 글에서 성생활과 출산의 분리는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스 로마 때부터 사랑과 쾌락을 추구하는 것과 출산을 별개로 여겼다는 것이다.

성생활과 출산을 한데 묶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가 출현하고 확립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16, 17세기 기독교 사회가 되면서 혼외정사 및 임신과 무관한 성행위, 동물의 교미를 연상시킬 수 있는 체위를 금지했다는 것.

생식생물학자 피에르 주아네 파리5대학 교수는 출산과 관련한 윤리를 화두로 삼았다.

주아네 교수는 부모 중 어느 한쪽에게 없거나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제3자로부터 기증받아 아이가 태어날 경우 기증자와 아이의 관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그는 또 생식세포(정자나 난자)와 냉동 배아를 이용할 경우 그 세포와 배아의 주인이 사망한 뒤 자녀가 태어나는 ‘사후 출산’의 윤리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철학자 미셸라 마르자노 씨는 ‘아이를 원하는 욕망’을 “미래의 부모가 자신들의 열정을 받아주고 그것을 투사하며 그들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객체로 아이를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콜레주 드 라 시테’는 2003년부터 책으로 출간되기 시작해 프랑스에서는 38권까지 나왔다. 국내에는 이 책을 포함해 3권이 번역됐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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